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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른다는것

2007. 1. 11.

산악회 어느 선배가 산은 악이 바쳐 오른다고 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 가정의 갈등, 사랑하는 이와의 다툼…..
처음엔 그와 같은 울분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처음 산에 들었을 때 선배들의 질문이 그랬습니다.
“넌 뭐 때문에 산에 들어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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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산을 찾게 되는 이유가 일상의 즐거움을 확장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고통을 잊기 위한 현실의 탈출구인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산에 무엇이 있기에 일상의 고통을 덜 수 있을까요. 산에는 자신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허울을 벗어버린 알몸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에 일상의 고통마저 헛된 미망으로 공허해지는 것입니다.

뒷사람의 거친 호흡마저 삼켜버리고 오직 자신의 호흡만이 느껴질 때 진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자신과 대화하여 생을 새롭게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거친 호흡속에 일상의 쌓인 울분이 마음에서 순화되어 자연과 하나되는 것입니다.

단체로 재잘재잘 하던 모습도 흐르는 땀방울에 따라 어느 한순간 정적이 감돌며 자신과 대화하게 되는게 등산입니다. 고독감조차 느낄 수 없이 깊이 침잠해 자신과 나누는 대화가 진정한 삶의 활력입니다. 그 맛을 느낄 수 있어야 올바른 산행일 겁니다.

자연과 하나되어 무한한 용기가 샘솟을 때 보다 나은 산행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살면서 스쳤던 모든 사소한 것에 희망과 의미와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등산에서 조차 편안함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산행문화가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거기에는 향락적인 소비뿐입니다. 등산은 삶의 재생산, 재창조 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