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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등산교실을 준비하며

by 한상철 2023. 3. 23.

10여년 넘게 운영해오던 등산모임을 그만두고 개인산행의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임을 만들면서 나름대로 차별화된 등산모임을 꿈꾸었지만 함께 하는 분들에게는 그저 저렴하게, 고민없이 산행을 할 수 있는 안내산악회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산행지의 선택은 산행이 어려워지면서 사람이 모일만한 알려진 산행지로 제한되고, 새로운 산행방식의 시도는 열정이 식은 회원들에게 무리한 강요로 다가설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규제와 그에 맞춰진 영리산악회의 산행문화가 일반화되어 가면서 등산은 점점 관광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차별화된 등산모임을 꿈꾸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행이 관광이 되어 가면서 등산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멋을 부리기 위한 등산장비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거나, 차별화를 꿈꾸며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멋진 브랜드를 찾아 떠돌 뿐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름 이런 등산문화를 바꿔보고자 등산교실을 열어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운영하던 등산모임에서 시도하였던 등산교실이지만 이미 식어버린 열정에 무엇을 배워 새롭게 시도한다는 것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등산은 걷기를 잘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등산을 위해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산을 입문하는 사람들조차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에서 무언가 배운다는 것은 암벽등반이나 빙벽등반과 같은 전문등반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등산을 하려면 숙련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닥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애쓰지만 등산에 따르는 위험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산가의 올바른 판단력은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져 향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등산가들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한 등산교본 마운티니어링의 부제가 산의 자유를 찾아서입니다. “산에서의 올바른 판단력과 정확한 기술을 갖추기 위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하고 안전에 관한 기본 지침을 심어줌으로써, 산의 즐거움과 산의 자유를 누리게 해줄 것이다.”

 

등산이 처음 한걸음을 내딛으며 시작되는 것처럼, 등산교실을 통해 산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서부터 등산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기술을 배우며 등산가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 역시 등산교실을 통해 등산의 기본을 다시 점검하며 남은 시간 산에서 자유를 찾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