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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이야기

눈을 녹이며 피는 봄꽃

by 한상철 2007. 2. 14.

일반적으로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라고 하면 매화나 동백꽃을 생각합니다. 나무에서 추위를 이기고 피어나는 봄꽃도 아름답지만 언땅을 뚫고 피어나는 작은 야생화의 신비는 훨씬 아름답습니다.

 

이른봄 언땅을 뚫고 피어나는 야생화로는 복수초나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노루귀, 앉은부채 등이 있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을 헤치고 피어나는 모습은 겨울꽃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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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 피어나는 야생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위의 눈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개의 식물들은 싹이 틀 때나 꽃이 필 때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지난해 여름 내내 광합성을 하여 뿌리에 저장해 두었던 영양분을 일시에 소비하는 것입니다.

 

작은 개체에서 눈을 녹일만큼 강력한 열을 발산하여 꽃대를 피워 올리는 모습은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앉은부채 꽃차례(육수화서)는 주위보다 20℃ 이상의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뿌리에 저장된 녹말을 분해해서 산소호흡을 통해 12일에서 14일 정도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높은 온도는 꽃에서 특유의 냄새를 풍기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작은 곤충들을 불러모아 꽃가루를 옮기는데도 이용합니다. 냄새는 꽃에 머무르는데 높은 온도가 있어 꽃 안쪽에서 일종의 와류가 발생하여 이 냄새가 퍼지게 됩니다. 독특한 냄새로 인하여 영어로는 “skunk cabbage”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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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눈속에서 피어난다고 하여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는 복수초도 앉은부채 만큼은 아니지만 주위보다 7~8℃ 정도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해가 바뀌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로도 불립니다.

 

예전엔 한라산의 세복수초 정도가 눈속에 피어나는 모습으로 카렌다를 장식하였으나 요즘은 겨울이 포근하여 한겨울에도 새해가 바뀔때쯤 남쪽 양지바른 곳에서 복수초가 피어납니다.

 

포근한 겨울로 일찍 피어난 야생화가 늦은 서설을 뒤집어 써서 애처로운 모습과 달리 눈을 뚫고 힘차게 피어나는 야생화는 강인한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발산하는 삶의 자세를 느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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