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이야기17

산골처녀 얼레지 얼레지는 이른봄 산에서 제일 흔히 만나는 꽃이다. 어릴때 어머니따라 산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가서야 만날 수 있던 꽃이 얼레지다. 언뜻 외국 꽃이름 같기도 하지만 잎의 얼룩반점으로 인해 그리 불리는 순수 우리꽃이다. 강원도쪽에선 삶아서 나물로 묻혀 먹기도 한다. 두 장의 잎사귀 사이로 피어오른 꽃대에 6장의 꽃잎이 뒤로 완전히 젖혀진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우리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청초하고 단정한 모습의 소박함이라면 단연 얼레지를 떠올릴 수 있다. 처음 야생화에 관심을 갖는 분들은 생소한 이름만큼 얼레지의 독특한 자태에 반하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군락을 이루어 피기 때문에 웬만한 봉우리 하나가 얼레지 밭인 곳도 있다. 꽃잎이 뒤로 맞닿을 정도로 젖혀진 매혹적인 자태는 언뜻 화려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 2011. 4. 13.
눈속에 피어나는 복수초 이른봄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라면 의례 매화나 동백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야생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으로 복수초를 떠올린다. 야생화 사진을 보면 눈속에 피어난 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격이 복수초다. 주로 한라산에서 찍을 수 있으나 요즘은 겨울이 춥지않아 남쪽이나 동해안에서 복수초가 피고나서 눈이 내리기도 한다. 동해안엔 설이 지나면 이미 복수초 소식이 들려온다. 눈속에 피어나는 것은 아니고 복수초가 피고 눈이 내리는 것이지만 눈속의 복수초 사진을 보다보니 눈속에서 피어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복수초는 말 그대로 복을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어 일본에선 정초에 새해 선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른봄 언땅을 뚫고 노랗게 피어나는 복수초를 만나면 .. 2010. 3. 20.
산에선 만나는 라일락 향기 야생화를 소개하는데 나무 꽃을 이야기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6월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전국의 산 어디서나 익숙한 향기가 묻어난다. 낮은 야산부터 높은 고산까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그러니 산을 통해 만나는 야생화로 소개할 만 하다. 꽃 하나의 모양이 정(丁)자처럼 생겼고 향이 강하다고 정향 (丁香)이란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우리 이름 수수꽃다리의 중국식 표현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수수꽃다리는 넓은잎정향나무로 남한에는 보이지 않고 북쪽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정향나무의 이명은 둥근잎정향나무다. 개개의 꽃은 볼품 없으나 나무 끝에 모여서 달린 모양은 그 향기만큼 화려하다. 향기도 꽃나무의 자태도 산행 중에 만난다면 산행피로를 잊을 만 하다. 꽃색은 자주빛부터 연한 보라빛까지 다양하다. 가.. 2009. 6. 18.
높은 산에서 만나는 기생꽃 산에 녹음이 짙어지고 무더위가 시작할 무렵 피어나는 꽃이 기생꽃이다. 능선엔 아직 서늘한 바람이 있어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수고가 그리 어렵지 않은 계절에 높은 산 숲속 그늘진 곳에 피어난다. 꽃 모양이 예전 기생들이 머리에 장식하던 화관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보다 아래 사람이나 동등한 위치의 사람에게나 이름을 부르던 습관이 있어 꽃 이름조차 천한 신분을 빗대어 부르게 되었나 보다. 작은 꽃이라 그리 화사하지는 않으나 자세히 보고 있으면 그 자태에 기품이 느껴진다. 원줄기에서 잎줄기 없이 돋아나는 여러 잎 사이로 가녀린 꽃대를 올리고 그 끝에 한송이씩 피어나는 하얀꽃이다. 아래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둥근 잎도 부드러운 곡선미가 느껴진다. 꽃잎의 가장자리는 뾰족하지만 날카.. 2009. 6. 7.
벌깨덩굴 신록의 숲에서 피어나는 화사한 연보라꽃 벌깨덩굴 벌깨덩굴은 유명하지도 쓰임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산행에서 쉽게 만나는 야생화다. 숲이 제법 신록으로 물드는 시절이면 등산로 주변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화사하게 피어난다.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이 박혀 있는 흰 무늬와 수염같이 부드러운 털이 덥수룩하니 자리하고 있는 게 여간 신비스럽지 않다. 높은 산에서 층층이 매달린 연보라빛으로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의 자태는 보석처럼 빛난다. 잎이 들깨를 닮아 벌깨덩굴일 것 같은데 꽃이 핀 모습에선 덩굴이란 말이 왜 붙었는지 알기 어렵다. 꽃은 한꺼번에 피는게 아니라 아래부터 달리는 순서대로 피어난다. 꽃이 필 때는 꼿꼿한 줄기처럼 보이지만 질 때쯤이면 제법 길게 덩굴을 뻗어 나간다. .. 2009. 5. 25.
때를 맞춰 찾아가야 만나는 모데미풀 모데미풀은 바람꽃 종류와 비슷하지만 꽃의 크기가 커서 사람들이 함부로 채취하여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봄꽃이다. 지리산 자락 운봉의 모데미란 곳에서 발견되어 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지만 정작 모데미란 곳을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지리산도 자생지긴 하지만 쉽게 만나기 어렵다. 한뼘도 안되는 줄기에 순백의 그리 커다란 꽃을 달고 있는 모습이 더 없이 정이 간다. 너도바람꽃속을 닮았다고 하여 ‘크다’ 라는 뜻의 메가스(megas)와 너도바람꽃의 속명 에란티스(eranthis)로 이루어진 합성어인 메가레란티스(Megaleranthis)가 모데미풀의 속명이다. 일부 학자들은 모데미풀의 특징이 금매화속의 식물 범주에 포함되므로 달리 분류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속으로.. 2009. 4. 28.
뼝대에서 피어나는 동강할미꽃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꽃이 있는가 하면 일부러 자생지를 찾아 다녀야 볼 수 있는 꽃이 있다. 자생조건이 까다롭고 희소한 특성 탓이다. 동강할미꽃이 그렇다. 주민들이 뼝대라고 부르는 수직 절벽이 동강할미꽃의 자생지다. 유유히 흐르는 동강 바위 벼랑에 적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어 시기를 맞춰 일부러 눈맞춤 하러 가야만 볼 수 있는 야생화다. 동강할미꽃을 찾아가는 동강 변의 아름다운 모습도 어느 한곳 그냥 스쳐가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절경의 깎아지른 암벽에 하늘을 향해 피어있는 동강할미꽃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할미꽃은 양지 바르고 키 큰 식물이 햇빛을 가리지 않는 곳, 물 빠짐이 좋은 비교적 건조한 땅, 특히 호석회식물(칼슘을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보통의 땅보다 칼슘성분이 많은 땅에서 잘 자라 .. 2009. 4. 10.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 능선에 찬바람이 불 무렵 피기 시작하는 들국화가 구절초다. 보라빛의 쑥부쟁이와 함께 군락을 이루어 피는 하얀 구절초는 가을 들국화의 대명사다. 높고 푸른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보라빛과 흰색의 들국화가 가득 채우면 산행의 피로는 말끔히 씻긴다. 우리나라는 가을이면 들국화로 지칭되는 많은 야생화가 피어난다. 보라빛 쑥부쟁이부터 노란색의 산국이나 감국까지 가을 들녘은 온통 들국화 천지다. 수수한 꽃과 달리 진한 향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가을 내내 꽃을 볼 수 있을 만큼 꽃이 피어 있는 시기도 길어 가을 꽃의 대명사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가을 국화의 상징인 노란 감국이나 산국처럼 강렬한 향기와 색상은 아니지만 흰색의 큼직한 꽃은 정갈한 느낌을 준다. 어린 개체는 연분홍 빛을 띄기도 한다. 쑥부쟁이와.. 200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