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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저체온증 (Hypothermia)

by 한상철 2007. 3. 6.

등산은 자연에 맞서, 원시적인 상황에 대한 거리낌 없는 경험을 통해 자아를 발견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행위이므로 다양한 위험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한 위험은 때때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등산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의 하나가 저체온증(hypothermia)이다. 등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하였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저체온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고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C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체온이 내려가면서 정상적인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신체기능의 이상을 초래하여 생명까지 잃는 상태를 말한다. 저체온증은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체온이 35˚C 이하로 내려가면 한기를 느끼고 몸이 움츠러들며 손 놀림이 부자유스럽게 되어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근육을 수축함에 따라 점점 심하게 몸을 떨게 된다. 여기서 체온이 더 떨어지면 심한 피로감으로 걸음걸이가 흔들리고 무기력해지며 가벼운 착란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가 1~2시간 더 지속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저체온증을 유발하는 환경은 습하고 강한 바람에 노출되는 경우이다. 산행중 비나 진눈깨비 등에 젖으면 열손실이 증가하여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열손실을 적게 하는 것이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여기서 저체온증에 대한 중대한 오해가 생긴다. 저체온증을 보온(방한)의 문제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엄밀히 이야기하여 저체온증은 대기온도와 체온의 차이가 심할 때 신체에 더 이상 열을 발생시킬 에너지가 없을 경우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저체온증의 심각한 문제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되고 일단 체온이 떨어지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하여 스스로 열을 발생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온기를 상실하고 있는 상태라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한기는 계속된다. 에너지원인 음식을 먹으려고 해도 신체기능이 떨어진 상태라 입맛도 없고 거부감이 생긴다.

 

따라서 저체온증 환자를 별다른 조치없이 침낭 등으로 보온하여 후송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보온으로 저체온증을 예방할 수는 있으나 치료효과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체온증은 본인이 판단할 수 없으므로 주위에 있는 사람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몸을 떨 정도로 한기를 느끼거나 주의가 산만해진 경우 겨드랑이에 맨손을 넣어 보면 서늘한 기운이 감지된다.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어떠한 조치가 효과가 있을까. 특별한 약은 없고 따뜻한 물(차)과 고열량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회복된다. 증상이 심해 따뜻한 물조차 먹일 수 없는 경우 젖은 옷을 갈아 입히거나 보온을 하고 물을 끓여 날진통에 넣어 양겨드랑이에 품어 심장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 손난로나 발열팩 등이 있다면 역시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온을 높이기 위해 불가에 환자를 두거나 따뜻한 방안에 두는 것은 부정맥 등을 유발하여 환자를 위험하게 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체온회복은 병원 등을 찾는게 좋다.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럽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체력을 회복하는게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젖은 상태로 찬바람을 맞거나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열손실을 줄이고 체온을 유지할 체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저체온증은 조난사고와 함께 발생하므로 철저한 산행준비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행지의 선택이 중요하다. 체감온도에 대한 기초지식을 아는것도 적절한 상황판단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