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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뱀사골 대피소 철거와 관련하여

by 한상철 2007. 3. 22.

최근 지리산 관련 사이트에서는 뱀사골 대피소 철거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관리공단에서는 시설노후와 계곡오염을 이유로 대피소를 철거한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대피소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산꾼들도 많습니다.

 

저 또한 지리산 산꾼의 한사람으로 뱀사골 대피소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대피소란 시설이 좋을 필요보다는 산꾼들의 긴급피난처로 훨씬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대피소의 존재가 의미가 있다면 시설노후나 오염문제는 해결할 방도가 있으리라 봅니다. 따라서 현재 뱀사골 대피소의 필요성을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의 이러한 생각이 이미 정해진 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공단의 잘못된 행정에 쓴소리라도 하는셈치고 몇 마디 적습니다.

 

관리공단의 탐방코스 소개에 보면 노고단에서 삼도봉(반야봉)까지 하루코스로 소개하고 있으며 5.5Km로 산행시간을 4시간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반야봉을 들르지 않는다고 해도 대략 3~4시간은 걸려야 뱀사골대피소(화개재)까지 가능합니다. 화개재에서 연하천산장까지는 2~3시간 정도 산행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뱀사골 대피소가 사라진다면 일몰전까지 연하천산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노고단 대피소에서 12시쯤에는 출발해야 가능합니다. 겨울이라면 오전 11시 정도에 노고단산장을 출발해야죠. 물론 중간에 피아골 대피소로 탈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성삼재에서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성삼재에서 반야봉 산행을 하고 뱀사골로 내려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지리산 종주를 하기 위해서는 근처에 사는 분들이 아니라면 아침 일찍 출발해서는 불가능하며 저녁에 밤차로 내려가야 하는 셈이죠.

 

또 다른 문제라면 첫 대피소인 연하천산장의 시설규모(40명 정원)로 뱀사골산장의 인원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연하천산장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연하천산장 역시 와운골 상류로 오염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현대식 대피소가 사라져 유산객들이 걸러진다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뱀사골 대피소 철거가 관리공단의 그러한 의도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국립공원의 개발과 관련하여 보다 많은 이해집단의 충돌이 있을 것은 명확합니다. 관리공단이 진정으로 국립공원의 책임주체라면 보다 확실한 정책방향을 갖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