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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등산과 안전에 대하여

by 한상철 2007. 4. 5.

지난 3월말에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공룡능선 안전시설 설치를 위한 현장답사에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참가한 단체의 성격이 환경보호단체라 등산을 생각하는 관점이 서로 달랐습니다.

 

결국 개발과 관련하여 국립공원이 주요한 논란이 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관리공단과 지자체, 환경보호단체, 산악단체 등등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충돌되고 있는 셈이죠. 전 등산인으로 등산로의 안전설비에 대하여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래전에 쓴 등산에서 위험이란 글에서 등산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산과 사람, 날씨 등 다양한 요소의 복합적인 결합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한 위험을 제거한다고 위험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오히려 등산에서 적절한 위험은 등산가치의 실현을 위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죠.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탈을 꿈꾸거나 일상의 심화를 위해 취미생활을 하게 됩니다. 등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을 벗어난 등산행위도 창조적인 활동입니다. 모험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기답게 살기위한 생명의 욕구입니다. 거리낌없는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원시적인 상황에 대한 갈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행에서 인위적인 요소는 최소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길이란 그 산을 올바로 경험할 수 있도록 수많은 경험에 의해 검증된 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등산로에서 위험이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등산에서 안전시설이란 생명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등산(반)을 도와주는 것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국립공원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다니다보면 등산로의 훼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등산로에서 인위적인 시설이란 안전시설보다는 훼손되는 등산로의 정비, 물론 자연친화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도 자연자원의 보호 및 보전을 목적으로 하기에 저와 견해가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공단은 공원시설의 설치 및 관리의 주체이기도 하므로 책임의 문제가 따름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죠. 실제로 국립공원에서 산행사고가 발생하면 일부 법적 책임을 관리공단에서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그 법적 비용을 관리공단이 아닌 국립공원 구역책임을 맡고 있는 직원 개인이 지고 있는 현실이죠.

 

산악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변에 안전시설이라도 있었다면 관리공단(직원의) 책임이 낮아지는 셈입니다. 이렇듯 안전시설이란 명목으로 설치되고 있는 국립공원 내의 시설 대부분은 산행사고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산에 들 준비가 되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서 산행사고의 비율은 더 높아지는 셈이죠.

 

이러한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국립공원이라고 하더라도 등산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은 관리공단이 질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사고당사자의 황당한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으나 원시적인 상황에서 자기 생명의 전개, 창조적 활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 봅니다. 또한 관리공단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직원 개인에게 떠넘기는 행위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현장답사에서 공룡능선의 안전시설을 암릉구간에 맞는 방식으로 고정된 밧줄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야기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쪽 초입에 위험구간임을 경고하는 안내판이라도 설치하면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까요.

 

등산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등산에서 안전은 지형적인 특성의 위험요인을 제거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산을 드는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대상지(산행코스)를 선택하는게 중요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려는 것이 욕심이듯이 경관이 좋은 봉우리를 힘들이지 않고 케이블카로 오르려는 것 또한 사람의 욕심일 겁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을 지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가장 좋은 도전대상인 자연환경을 잃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