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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미시령터널을 통해본 개발과 지역경제의 양극화

by 한상철 2007. 4. 10.

속초, 고성, 양양 등 영동북부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미시령터널이 마의터널 혹은 죽음의 터널로 불리며 지역주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잘못된 도로공사로 인해 교통사고도 많고 지역주민들에게까지 비싼 통행세를 받고 있어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편리해진 교통으로 수도권과 가까워진 물리적 거리로 인해 무박관광지로 인식되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이면 교통이 통제되어 만성적인 교통두절이었던 미시령 도로가 터널이 뚫리면서 거리도 15.7km나 줄어 주행시간이 20 여분이나 단축되어 지역관광 및 경제활성화가 기대되었다. 내설악삼거리까지 4차선 도로가 완공되어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속초를 넘어간다.

 

하지만 터널은 수도권 관광객들에게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가져와 관광활성화를 가져오기는 하였으나 지역경기는 오히려 위축되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편리해진 교통으로 무박관광지로 인식되면서 관광산업의 근간인 숙박업이 위축되어 돈을 쓰는 관광이 아닌 잠시 들러가는 관광지가 된 셈이다.

 

또한 영동북부 관광지역의 기존 도로교통망이 늘어난 관광객들을 수용하지 못해 관광객의 불편을 심화시키고 있어 장기적으로 관광객의 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지역경기의 위축을 좀더 깊이 살펴보면 개발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편리해진 교통과 함께 정보의 교류가 빠르다보니 관광객들이 잘 알려진 업소에 집중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관광활성화로 인한 효과마저 일부 업소에 편중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은 개발과 함께 찾아온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더욱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터널공사 이전부터 환경단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문제기는 하지만 당시 주민들 대부분은 개발에 따른 기대효과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천-양양간 고속도로가 개통된다면 미시령터널은 또다른 애물단지로 지역주민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강원 영동북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름난 관광지를 가보면 예전의 영화는 시들해지고 불야성을 이루던 상가는 썰렁하기까지 하다. 모두 편리해진 교통 등으로 관광객들의 유형이 달라진 때문이다.

 

한미 FTA도 이와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경쟁의 심화로 인해 결국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만 빚어내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많은 국민들은 개방을 통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