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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지리산 반달곰 복원에 대하여

by 한상철 2008. 1. 28.

 

한동안 잠잠하던 반달곰 문제가 허정님의 칠선계곡 개방투쟁과 관련하여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에 반달곰이 방사되기 시작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그 수도 16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환경문제와 달리 자연보호란 측면은 사람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자연보호를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답변은 제 각각일 겁니다. 자연이 인간의 삶에 절대 필요한 자원이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고, 동식물 같은 자연도 그 자체로 가치있는 생명체이므로 인간의 유용성과 상관없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두 주장이 비슷해 보여도 내면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반달곰은 웅담을 얻기 위한 방사가 아니니만큼 가치있는 생명체로서 유용성과 상관없이 복원되어야 한다는 생각일겁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반달곰 방사를 놓고 각자 위치에서 찬반논쟁이 생긴다고 봅니다. 지리산을 찾는 많은 산꾼들은 반달곰 방사를 적절치 못한 조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반달곰 복원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는 환경론자들에게도 심각한 논쟁이 되는 측면이라 봅니다. 보수적인 견해로는 자연상태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최상의 자연보호라는 의견입니다. 자연생태계에서 인간이 일으킨 어떤 중요한 변화도 그 생태계에 해악을 끼칠 확률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때문에 야생 동식물은 그대로 놔두어야 하며 인간에게 유용하다고 동물을 잡아서도 안되고, 나아가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인위적으로 구해주어도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와 다른 견해로 현 체제를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자연을 새롭게 형성하자는 생각이 있습니다. 반달곰 방사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기존체제의 복구를 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어느 한가지 견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생태계는 일정한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에서 반달곰이 멸종하면서 새로운 종이 성장하거나 함께 멸종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달곰의 방사가 지리산에서 완전한 플러스 효과만 갖을 수는 없습니다. 인위적인 반달곰의 방사로 인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동물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먹이사슬의 변화로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지리산 생태계에서 반달곰이 갖는 위치의 문제인가요.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분들도 그런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생태계의 문제보다는 상징성의 문제였던 것 같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반달곰 복원사업은 단순하게 개체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에 살고있던 야생 반달곰의 번식능력을 회복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방사한 반달곰이 자연스럽게 야생 반달곰과 짝짓기를 이루어 번식하는 것이 진정한 복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방사한 반달곰이 짝짓기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궁금해 집니다.

 

사람들과 좀더 친숙한 방사 반달곰이 유리한 환경에서 기존 야생 반달곰을 밀어내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야생 반달곰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시작한 복원사업이 방사한 반달곰의 생존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나 않나 싶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방사한 반달곰으로 인한 주변 농가의 피해문제입니다. 이후로는 등산객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사한 반달곰이 벌통을 뒤지고 가축을 습격하는 것이 야생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자연스런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생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렵거나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먹이를 구하는 모습일 수 있다고 봅니다. 멧돼지가 농작물을 습격하는 것이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게 현대를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모습입니다.

 

현재의 지리산 생태계를 새롭게 변화시켜 발전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복원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종을 도입하는 방식은 생태계에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봅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 문제가 그렇고, 한때 청설모로 인한 생태계의 혼란, 도시주변에서 늘어난 도둑고양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 수입한 황소개구리와 베스로 인한 문제 등등

 

진정으로 지리산 생태계 복원을 고민한다면 현재 지리산 환경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연구를 통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한 사안입니다. 자연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한 문제인지, 인위적인 오염과 훼손 등으로 인한 문제인지 조차 확인하지 않고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은 캠페인에 다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