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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칠선계곡 개방투쟁을 통해 살펴본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지정의 허구

by 한상철 2008. 2. 14.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지정의 허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월15일부로 입장료 폐지에 따른 국립공원 훼손 우려 및 야생동식물보호 등을 위해 전국 국립공원내 54개소 209.35k㎡(면적) 41.9km(구간)를 특별보호구로 지정한다고 공시하였다.

 

시행목적을 국립공원내 보호할 가치가 높거나 인위적, 자연적 훼손으로부터 보호 필요성이 있는 야생동물서식지, 야생식물군락지, 습지, 계곡 주요 자원의 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에 있다고 공시하고 있다. 부연하여 특별보호구 지정은 기존 휴식년제를 개선, 보완한 제도로 휴식년제를 특별보호구에 포함하여 시행한다고 하였다.

 

결국 입장료 폐지 이후 국립공원 정책은 특별보호구란 미명아래 단속과 규제위주로 돌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칠선계곡 개방과 관련한 지역주민과의 마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로 국립공원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좀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공원제도는 순전히 미국식 문화다. 짧은 역사속에서 광활한 원시적인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자연을 더 이상 정복과 파괴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면서 국립공원의 개념을 정립해 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고 면적이 좁은 유럽의 경우 좀더 다양하게 이해되고 있는 셈이다. 국립공원에도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표적인 산악형 국립공원인 지리산조차 골마다 마을이 형성되고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립공원이란 위락공원이나 관광지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국립공원은 유명한 산이나 해변을 지정하고 있다. 결국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려한 자연경관일 뿐이다.

 

국립공원의 정책 역시 많은 부분 관광지화로 일관되어 왔다. 많은 사람을 불러모을 수많은 편의시설, 즉 탐방객의 안전을 위한 등산로를 정비하고 호화 산장을 건립하는 등의 업무가 관리공단의 주요업무다. 자연보호지구라는 개념은 설 자리가 없다.

 

결국 자연휴식년제니 특별보호구니 하는 정책은 관리공단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처음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할때는 3년 정도면 자연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변한게 없자 다시 기한을 연장하여 6차 휴식년제까지 이어져 왔으나 그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이제 특별보호구란 이름으로 다시 20년을 연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국립공원의 자연보호란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인한 자연파괴에 대한 경각심에 대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연경관을 보호, 유지하려는 비장함을 등에 업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별보호구란 이면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산행사고에 대한 책임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국립공원에 지정등산로와 비지정등산로가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등산객은 반드시 지정등산로로 산행을 해야하고 비지정등산로는 자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자연자원보호를 위한 비지정등산로를 관리하기 위한게 아니라 등산로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편의시설을 갖춘 등산로를 관리하여 산행사고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다.

 

하지만 산행사고라는게 등산로에 안전시설이 갖춰진다고 줄어드는게 아니다. 편의시설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이 찾게 되면서 사고의 빈도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등산인구가 늘어나면서 같은 비율로 산행사고도 늘어나고 있는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국립공원이 자연보호지구가 아닌 관광지가 되다보니 사고의 관리책임까지 공단에서 떠맡고 있는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특별보호구란 비지정등산로의 확대에 다름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자기 위상을 분명히 하여 풀어갈 과제다.

 

자연보호란 비록 그것이 국립공원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국한되는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동의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제한된 지역에서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에 옮기려면 먼저 그곳이 자연보호가 필요한 곳이라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해를 끌어내려면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수용가능한 내용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광활한 자연을 갖고 있는 미국처럼 사람을 배제한 자연보존을 우선가치로 둘 수 없다. 이번 칠선계곡 자연휴식년제 연장조치에서처럼 지역주민들을 배제한 자연보호지구 국립공원은 이상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동양적인 가치관에 따라 새롭게 국립공원을 정의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나가는 것만이 한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하루라도 빨리 올바른 위상을 정립하여 불필요한 규제위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실질적인 자연자원 보호를 위한 업무를 찾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여전히 등산객을 자연훼손의 주범으로 본다면 규제가 아니라 올바른 등산문화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칠선계곡 휴식년제 연장으로 인한 지금의 혼란이 서로 진지하게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