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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등산에도 경제적인 속도가 있을까?

by 한상철 2008. 3. 21.

자동차의 경우 정해진 연료로 가장 멀리 갈수 있는 속도를 경제속도라고 한다. 과속하면 연료소모도 많고 고장위험이 높아지고 너무 천천히 가면 엔진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등산도 개인이 가진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이라면 등산에서도 효율적인 산행속도가 있을까? 산행을 하다보면 너무 서둘러도 금새 지쳐 힘들고 너무 천천히 걸어도 전체 운행시간이 길어져 피로가 쌓이게 된다.

 

일본에서 인간의 경제적인 보행속도를 연구한 결과 배낭무게와 관계없이 시속 3.6km라고 한다.(원종민의 등산교실 참고) 우리나라의 산에서 여과없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속도지만 등산에서도 경제적인 속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산의 지형이나 개인적인 컨디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등산을 하다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자신의 속도에 맞추라는 소리다.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그 속내는 앞 사람을 너무 급하게 쫓아가지 말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팀산행엔 보조(步調)를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보조를 경제적인 속도에 맞추는 것이 해답인 셈이다.

 

경제적인 산행속도를 찾기 위해 우선 현실의 산행행태부터 살펴보는게 필요할 것 같다. 요즘은 개개인이 산행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안내산악회 운영방식의 문제인가 버스에서 내리면 총알처럼 산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멋모르고 참여한 초보들은 앞사람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무리하여 금새 지쳐 산행 내내 힘들어 한다.

 

또 다른 모습은 처음부터 후미그룹을 자청하고 너무 천천히 걷는 문제다. 초반부터 만만디라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휴식을 자주 하면서 산행 후반의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때는 힘들어 한다. 결국 산행속도가 늦는 만큼 운행시간은 길어져 그만큼 근육의 피로도 쌓인다.

 

후미로 산행을 하는 분들은 선두가 산행을 즐기는 여유가 없다고 하지만 실상 산행의 여유는 후미보다 선두가 더 많다. 후미가 갖는 여유는 산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재미뿐이다. 푸짐한 먹거리와 사진을 찍기 위한 잦은 휴식은 산행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다. 팀산행으로 시간의 제약을 받는 것은 후미나 선두나 마찬가지다.

 

결국 너무 빨리 가는 것도 문제요, 너무 천천히 가는 것도 문제다. 어떻게 산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인가? 자동차가 예열과정이 필요하듯 사람도 어느 정도 체온이 올라가고 몸이 풀릴때까지는 천천히 걷는게 좋다. 출발하고 20~30분 정도 이렇게 걷는게 필요하므로 출발시 옷을 가볍게 입고 중간에 쉬지 않고 걸어주는게 필요하다. 휴식시 옷 정리도 하고 물도 마시며 스트레칭을 하면 효과가 좋다. 몸이 식을 만큼 휴식하면 몸상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므로 너무 오래 쉬지 않아야 한다.

 

다시 출발할때는 처음 보다 보행속도를 조금 빨리해야 한다. 점차 속도를 높이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근육이 뻐근해진다. 이때 바로 쉬지 말고 최고속도를 유지하면 어느순간 정상호흡으로 돌아온다. 생리학적으로 심장박동과 혈액순환이 증가하고 근육은 이완된다. 이러한 상황을 심폐기능의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사점이라고 하는데 잘 관리하면 엔돌핀이 생성되어 육체적인 스트레스 느낌이 사라지고 활기찬 기분이 된다. 몸이 가벼워지고 힘들지 않으며 상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단 몸이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산행내내 자연조건에 맞는 보조를 익히게 된다. 산행을 마칠 때 피로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호흡조정 경험은 반복되지 않는다.

 

긴 산행이라면 산행 초반엔 너무 자주 쉬지 말고 1시간 내외의 산행을 하고 가볍게 휴식을 취하고 후반에 2시간 간격으로 완전히 풀어지는 휴식을 갖는게 좋다. 완전히 풀어지는 휴식에서도 스트레칭을 해주고 보온을 하는게 좋다. 쉴때마다 수분을 섭취하는것도 피로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산행에서 경험을 갖는게 중요하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져 힘들다고 너무 일찍 쉬는것도 문제고, 오버페이스로 급하게 사점에 도달하여 일찍 퍼지는 것도 문제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여 가쁘게 숨을 쉬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은 몸에 무리가 되어 운동효과로 적당하지 못하다. 호흡과 심장박동 그리고 페이스 조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개인의 컨디션이나 산의 지형 등에 따라 경제적인 산행속도가 달라지겠지만 등산에서도 효율적인 속도가 있음을 잊지말고 자신의 경제속도를 찾는게 올바른 등산방법이다. 등산은 걷는것도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