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이야기

제비꽃 연가

by 한상철 2008. 4. 18.

어릴적 시골에서 자란 나로서는 제비꽃은 흔하게 보아온 꽃이다. 봄철이면 길가 양지바른 풀섶에 작은 보라꽃을 피워 사람의 눈길을 끌던 꽃이 제비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른 봄 소식을 전하는 꽃이라면 의례 복수초나 너도바람꽃 혹은 노루귀가 제격일 것이다. 하지만 제비꽃은 봄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종류 또한 만만치 않다.

 

야생화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제비꽃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알지 못했다. 시골에서도 몇 종류는 만났을텐데 그저 반지를 만들던 작은 보라빛 꽃으로만 기억된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제비꽃 종류는 대략 60여가지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만나기 시작한게 대략 20여종 정도다. 아직 절반도 만나지 못한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유미의 우리꽃 사랑에 보면 제비꽃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꽃의 자태가 날렵하고 빛깔 또한 제비를 닮았으며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이 피어 그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류가 많고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꽃이기에 이름도 다양하다.

 

시골아이들에겐 오랑캐꽃이 더 잘 알려진 이름이다. 봄이오면 각 마을마다 제비꽃이 피어날쯤 북쪽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꽃의 밑부분이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온 모습이 오랑캐의 머리채를 닮아서 그리 불려진다고도 한다.

 

이외에 꽃모양이 씨름하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씨름꽃, 장수꽃이라고도 불리고 이른 봄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귀여워서 병아리꽃, 나물로 먹을 수 있어서 외나물, 나지막한 모양새를 따서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한다.

 

쉽게 만날 수 있으나 개체가 그리 크지 않으니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살펴야 구분할 수 있는 꽃이기도 하다. 그동안 야생화에 관심을 갖은지 꽤나 되었으나 아직 이름표를 자신있게 달 수 없는 종이 제비꽃이다.

 

예전에 남해의 설흘산을 갖을때 산행내내 10여 종이 넘는 제비꽃을 만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한 기억이 있다. 당시 처음 만난 제비꽃이 자주잎제비꽃과 낚시제비꽃이었다. 그외 뫼제비꽃이나 왜제비꽃 등도 정확한 이름을 부르기는 어려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악산에서 우연하게 장백제비꽃을 발견했을때는 그 도도함에 흥분하기도 했다. 남한에서는 현재까지 그곳이 유일한 자생지인 것 같아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년 정도 찾았는데 군락이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금강제비꽃을 처음 만났을때는 한국특산종이라는 이유로 정이 많이 갔다. 양옆으로 말려있는 잎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모습도 신기하였다. 이른 봄 양지바른 산길에 많이 보이는 고깔제비꽃은 제비꽃 중에서 제법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개체도 선명하고 분홍빛이 환상이다. 역시 잎이 말리는데 그 모습이 고깔처럼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명지산에서 고깔제비꽃과 흡사한 흰색의 제비꽃을 만났는데 처음엔 금강제비꽃인줄 알았다. 잎이 말리는 모양이 달라 사진을 찍어 도감을 찾아보니 애기금강제비꽃이란다. 주변에 태백제비꽃과 어룰려 자라고 있었다.
 

꽃도 이쁘지만 알록무늬가 있는 잎이 보기좋은 알록제비꽃도 정이가는 제비꽃이다. 알록제비꽃과 잎이 비슷하지만 무늬가 없는 자주알록제비꽃도 있다. 남쪽 해안가 산행에서 흰색의 알록제비꽃을 만났는데 아직 분류되지 않은 종인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절반도 만나지 못하고 이름표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꽃이니 당분간 더 열심히 찾아봐야할 야생화인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