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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산에서의 올바른 야영문화

by 한상철 2008. 5. 9.

유난히 무더운 봄을 지나면서 어느덧 등산과 야영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산에서 야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산림청 관할 대부분의 산이 그렇다.

 

하지만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하룻밤의 추억은 누구나 꿈꾸는 낭만이다. 사실 야외생활은 야영을 통해 자연을 깨닫고 인식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등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야영문화가 금지된 주된 이유는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소비향락적인 놀이문화(등산문화)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실정에 맞게 제도화하지 못하고 규제위주로 야영금지를 선택한 셈이다. 이와 함께 관리공단은 대피소를 포기하고 초호화 산장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좋은 등산장비 덕분에 아름아름 야영문화를 즐기고 있는 등산인들이 늘어나면서 또다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해서 야영에 대한 기술보다 먼저 올바른 야영문화를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요즘은 텐트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야영보다는 비박(Bivouac)이란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비박이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서 밤을 지새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란 막영지까지 계획대로 산행을 진행하지 못하였거나, 환자가 발생한 경우, 길을 잃은 경우 등을 말한다.

 

요즘 사용하는 비박은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야영의 낭만적인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비박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야영으로 표현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긴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야외생활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영지에 해지기 전에 도착하여 우선 숙영준비를 마치고 식사나 음주 등을 나누는 것이 좋다. 늦은 밤에 숙영준비를 하면 아무래도 허술하게 준비하게 되고 더구나 음주 등으로 인해 대충 잠자리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때 밤의 날씨라도 돌변하면 낭패를 당하거나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야영할때 산행을 마치고 체온관리가 중요한만큼 찬바람이 부는 밖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제일 먼저 산중에서 야영을 하려면 산행 인원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야영이란 일정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생활하는 것이므로 가능한 적은 인원이 움직이는 것이 자연훼손을 줄이는 방법이다. 또한 인원이 적으면 그만큼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야영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기존에 사용된 야영지를 이용하거나 쓰지 않는 헬기장 등 단단한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물이 가깝다고 새로운 야영지를 만든다면 그만큼 자연을 훼손하게 된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흔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야영노하우가 필요해진다.

 

세 번째로는 음식 및 음주문화의 간소화다. 대부분의 산중 야영은 이벤트 삼아 이루어지다보니 팀원들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요란한 먹거리와 음주가 기본이 되고 있다. 과거 이러한 문화로 인해 야영이 금지되었음을 상기하고 보다 자연친화적인 야영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음주로 맺어진 산정보다는 자연과 호흡하면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추억이 보다 의미있는 나눔이 될 것이다.

 

네 번째로 쓰레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음식과 관련한 쓰레기부터 야영을 하면서 사용했던 소모품 장비들까지 어느 것 하나 흔적을 남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기존 야영지에 가보면 쓰레기는 많이 치운 것 같은데 야영때 깔았던 비닐이나 노끈 등은 그대로 두는 경우를 흔히 본다.

 

다섯째로 나무 등을 이용하여 불을 피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래쪽에서 하던 캠프파이어의 추억을 생각해서 그런가 아직까지 산에서 불을 피우는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 요즘은 장비가 좋아 가스등이나 다른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을 피우면 흔적을 남기게 되고 쓰레기까지 태우는 일이 발행하여 오염의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배설물의 깔끔한 처리다. 야영지를 정하면 먼저 화장실을 만드는것도 중요하다. 계곡 등을 피해서 주변 식물의 훼손이 덜한 곳을 택해 구덩이를 파고 공동으로 사용하는게 좋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경우는 한곳보다는 여러곳에 화장실을 만들어 이용하는 것이 자연을 덜 훼손하는 길이다. 구덩이는 너무 깊게 팔 필요없이 나중에 덮었을 때 20cm내외가 적당하다. 겨울이라도 눈이나 돌 등으로 덮을 수 있어야 한다. 소변도 아무곳이나 누는 것보다는 땅을 파고 이용하여 나중에 묻는 것이 좋다.

 

야영의 올바른 원칙은 등산에서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밤엔 소리나 빛이 멀리까지 전달되므로 가급적 조용하게 자연을 느끼는게 주변 동물이나 자연환경에 좋다. 흔적을 덜 남기는 야영기술을 터득하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