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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이야기

순결한 백색의종 은방울꽃

by 한상철 200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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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은 등산로 주변 볕이 드는 곳에 무리지어 피어난다. 하지만 꽃은 넓은 사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봄에 잎이 먼저 나오고 여름이 시작될 즈음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이 피기전에 잎은 나물로 오인되어 독초사고가 나기도 한다. 독성이 강해 많이 먹을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 우리 이름이 화냥년속고쟁이가랭이꽃인지도 모르겠다.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봄이면 산으로 들로 나물을 뜯으러 나서야 했던 여인들에게 무리지어 자라면서도 무용지물이었던 은방울꽃이 곱게 보였을리 만무하다. 그러니 모양만 이쁜 꽃에 화냥년이란 이름이 붙었지 않았을까. 하늘을 향해 손을 모은듯 피어나는 잎이 여자들의 속옷인 고쟁이를 닮아 화냥년속고쟁이가랭이꽃이다.

 

예전엔 단장을 하는 여인들이라면 응당 웃음을 파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여인네들은 그때부터 속옷조차 멋을 부려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고쟁이 두벌을 입어도 보일 것은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옷을 많이 입던 시절이라 안에 입던 고쟁이는 밑이 터져 앉으면 그냥 벌어지게 되어 있던 모양이다. 고쟁이 가랭이가 은방울꽃 잎을 닮았나 보다. 화냥년속고쟁이가랭이꽃이란 이명은 이제 도감에도 찾아 없는 이름이 되었다.

 

커다란 아래로 비스듬히 여러 송이의 하얀 꽃이 달리는데 꽃의 끝이 6개로 갈라져 바깥쪽으로 말려 종모양을 이룬다. 우리나라의 은방울꽃은 향기가 그리 진하지 않지만 유럽산은 향기가 진해 향수나 화장품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꽃말은 순결 혹은 다시 찾은 행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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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적인 연구에서도 은방울꽃이 화제가 되었다. 우리 몸에는 냄새를 맡는 후각수용체의 유전자 종류가 1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에 콧구멍 속의 후각신경세포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발현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

대표적으로 hOR17-4라는 후각수용체가 있는데 남자의 정자에서 발현된다고 하는데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정자가 난자를 찾지 못해 결국 불임으로 이어질 있단다. 정자가 난자를 찾아갈때 난자가 방출하는 물질을 쫓아 가는데 hOR17-4 여기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hOR17-4라는 후각수용체가 감지하는 냄새가 바로 은방울꽃 향기다. 따라서 은방울꽃 향기를 못맡는 남성은 hOR17-4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정자가 길을 잃어 불임으로 이어질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용체가 코에서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얀 종모양의 꽃에 이슬이라도 맺혀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백합과로서 화려함을 갖추지 않았어도 참으로 순수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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