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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내리막길에서 나타나는 피로

by 한상철 2009. 3. 13.

등산에서 피로를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내리막길을 연상하는 사람은 적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에는 내리막길 걷기가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리막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장과 폐가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에서는 산소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심박수도 별로 올라가지 않고 젖산도 축적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리막길에서도 피로는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내리막길에서의 피로는 사고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에 오르막길에서 나타나는 피로보다 훨씬 심각하다. 등산사고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굴러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것인데 넘어짐은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 내리막길에서는 어떠한 피로가 나타나는가? 오르막길은 호흡-순환계에 커다란 부담을 주지만 근육계에는 거의 상처를 주지 않는다.한편 내리막길의 경우에는 호흡-순환계의 부담은 적지만 근육계에 미치는 부담은 매우 크다.

 

호흡-순환계에 미치는 부담은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을 통해 즉시 나타나 피로감으로 대뇌가 인식할 수 있지만 근육 중의 작은 세포가 손상되었을 때는 즉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오르막길은 힘들고 내리막길은 편하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피로감의 질이 다를뿐 내리막길도 결코 쉬운 운동은 아니다.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었다는 감각은 운동 중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서 운동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나야 알게 된다. 증상이란 바로 근육통이다. 근육통이란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염증에 의한 통증이다.

 

평상시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이나 평지에서 충분한 트레이닝을 한 사람은 등산을 해도 근육통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리 근육이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내리막길을 걸어도 근육이 손상을 입지 않는다. 이에 비해서 평상시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등산을 하면 며칠간 근육통으로 고생을 하게된다. 근육이 약해 내리막길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많은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노폐물(질소 화합물)을 처리하기 위하여 신장에도 커다란 부담을 주게된다. 근육통을 일으킬 정도의 등산은 결코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게되면 등산 중에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내리막길에서 근육세포가 손상되기 쉬운 이유를 알아보자. 등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은 대퇴 전면에 있는 근육(대퇴사두근)이다. 산을 오를 때 대퇴사두근은 길이가 줄어들면서 힘을 발휘하고, 내려갈 때는 늘어나면서 힘을 발휘한다. 운동생리학 용어로 전자를 단축성수축’, 후자를 신장성수축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전자는 자주 일어나는 근육의 수축양식이지만 후자는 드물게 일어나는 수축양식이기 때문에 근력이 약한 사람이 신장성수축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게 된다. 근육세포가 손상되면 근력도 떨어진다. 근력이 약한 사람은 내리막길에서 급격하게 근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근력이 떨어지면 체중을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중심을 조금만 잃어버려도 넘어지게 된다.

 

또한 평지에서 걸을 때는 착지하는 순간에 체중과 비슷한 힘이 완만하게 가해지지만, 달릴 때는 체중의 2배에 해당하는 힘이 착지하는 순간에 가해지게 된다. 내리막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를 때보다 2배나 많은 힘이 착지하는 순간에 가해지게 된다. 배낭이 무거울수록 더욱 큰 충격이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강한 착지 충격에 대항하여 체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대퇴사두근이다. 따라서 내리막길에서는 근력저하와 함께 착지 충격의 상승작용에 의해서 체중을 지탱하기 어려워져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내리막길에서 피로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대퇴사두근에 스트레스가 걸리지 않도록 걷는 것이다.(기술개선) 두 번째는 대퇴사두근을 단련하여 커다란 스트레스가 걸려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체력개선)

 

체력개선은 별도로 다루더라도 기술개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내리막길을 걷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서 착지 충격이 달라진다. 무릎을 부드럽게 사용하여 착지 충격을 원활하게 흡수하는게 바른 보행기술이다. 내리막길을 뛰어 내려오면 충격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다. 보폭을 좁혀서 내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두번째는 스틱 등을 사용하여 착지 충격을 팔에 분산시키면 다리에 걸리는 충격력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알파인 스틱을 사용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스틱을 지면에 누르므로 다리에 가해지는 힘은 줄어들지만 팔에 주어지는 힘은 증가한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스틱을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팔 힘을 길러야 한다.

 

세 번째는 내려갈 때 다리가 받는 충격이 체중의 2배가 되듯이 내려갈 때 가해지는 배낭에 의한 충격도 배낭무게의 2배가 된다. 배낭 무게가 무거울수록 충격력도 커지기 때문에 쓸데없는 물건은 빼고 배낭을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이유로 충분한 트레이닝을 하지 않거나 보행기술이 미숙한 상태에서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신체를 망가뜨리거나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이글은 야마모토 마사요시의 '똑똑한 등산이 내 몸을 살린다'를 참고한 것입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은 분은 마운틴북스 출판사의 똑똑한 등산이 내 몸을 살린다를 읽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