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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국립공원 입산통제로 토막난 백두대간

by 한상철 2007. 1. 11.
 

백두대간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종주금지정책 때문에 곳곳에서 토막난 상태다. 휴전선에 의해 토막난 남한의 백두대간은 또다시 국립공원에 의해 군데군데 잘려나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백두대간엔 현재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 6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결국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는 대간꾼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며, 그나마 관리공단의 눈치를 보며 떳떳하지 못하게 비굴한 산행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럼 대간꾼들이 범법자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등산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등산이 자리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2002년 16개 환경, 사회 등의 단체들 모임인 <국립공원제도 개선시민위원회>는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진 <100대 개혁의제 작성 100인 워크샵>에서 등산을 “반자연적 비문화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등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항목을 개혁의제로 채택했다.


또한 “국립공원을 등산장소만으로 인식하는 탐방객 등의 문제가 국립공원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개선시민위원회는 서울시산악연맹에 보낸 공문(2002. 6. 24)에서 “국립공원은 휴식과 자연생태체험, 역사문화체험을 위해 오는 손님일 뿐이다” 라며 “등산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2001년 9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립공원 관리방침에 대한 증언에서도 등산을 부정하고 있다.


“종주코스가 짧은 공원부터 시범으로 종주산행을 금지시키고, 그 다음에는 지리산 등 종주코스가 긴 산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정상 왕복은 당일로 가능하다. 당일 왕복으로 바꾸면 오염방지에 효과가 있다.”


어디에도 등산이란 용어는 거론되지 않고, 국립공원을 피서지로서 자연생태체험 장소로서만 허용하고, 입산예약제를 통한 직원안내를 시행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산악계에선 이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흥분하여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늘어지고 있으니 ‘월간산(2005.03)’지의 공원별 백두대간 통제현황을 살펴보자.


“진부령~지리산 간 백두대간의 남한 총거리는 약 790km이다(거리산출은 포항 셀파산악회 측정자료 참고). 이중 6개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구간이 237.4km이며, 그 중 출입통제 구간은 94.8km로서 무려 39.9%에 해당한다. 백두대간 종주를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는 공단 정책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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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리산권에서 자연휴식년제로 노고단 정상1Km, 코재에서 종석대를 거쳐 성삼재까지 2.5Km와 작은고리봉에서 고기리까지 3Km를 비지정등산로로 통제하고 있다.


속리산권은 문장대~밤재~눌재 8.5Km 구간, 밀치~대야산~악휘봉 14.9Km 구간을 비지정등산로로 통제한다고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다.


오대산권에서 매봉~소황병산~노인봉 8.8Km, 두로봉~신배령 5.5Km 구간을 비지정등산로로 입산금지하고 진고개~동대산 1.6Km 구간을 자연휴식년제로 통제하고 있다.


가장 통제가 심한 설악산권은 875봉~단목령~점봉산 9Km를 비지정등산로로, 점봉산~한계령 6.1Km를 자연휴식년제로, 대청봉~희운각(죽음의계곡능선) 1.9Km를 비지정등산로로, 마등령~황철봉~미시령 8.5Km를 자연휴식년제로, 미시령~신선봉~대간령 6.3Km 구간을 비지정등산로로 통제하고 있다.


관리공단에서 입산통제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생태계복원과 안전사고예방이다. 이러한 이유는 단지 표면적인 문제고 실은 서두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등산에 대한 잘못된 사고체계다.


관리공단이나 개선시민위원회에서 등산을 부정하는 근거는 한결 같다. 관리공단 이사장은 국감에서 "아직도 먹고 마시고 노는 유흥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개선시민위원회는 2000년 9월 27일 발표한 개선시민위원회 발족문에서 "국립공원을 유흥장소로만 인식하는 탐방객 등으로 인해 국립공원제도가 송두리째 위협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등산객들이 먹고 마시며 놀며 자연을 훼손, 오염시키고 쓰레기를 무단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진단은 관리공단의 관리편의 위주와 무사안일주의에 다름 아니다. 산악사고에 대한 책임회피를 위한 비지정등산로요, 생색내기에 다름아닌 자연휴식년제일 뿐이다. 실제 산행에서 산꾼들보다 유산객들에 의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훨씬 많음을 관리공단은 눈감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피서지나 자연생태체험은 온갖 편의시설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공유지를 그들의 사업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산야를 올바로 이해하는 길이며, 자연과 호흡하며 탐험정신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교장이다. 이글을 쓰면서 여전히 마음쓰이는 것은 현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일 뿐임이 가슴 아프다. 허공을 떠도는 메아리일망정 등산을 취미로 하는 나로서는 외쳐야 한다. 관리공단은 더 이상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올바른 등산정책을 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