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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겨울산행을 즐기려면

by 한상철 2007. 1. 11.
1. 겨울산에서 나타나고 있는 위험요소는 어떤게 있을까.

무엇보다 등산로를 덮고 있는 눈으로 인해 길을 잃을 위험이다. 온통 하얀색으로 원근감을 잃어 판단이 흐려진다. 방향감각이 흐려지고 설면과 공간과의 경계를 구별하기 어려워 환상방황에 빠져 조난하게 된다. 익숙한 길이라도 많은 눈으로 지형지물이 변하여 판단이 어려워 지기도 한다. 눈보라까지 인다면 그 상황은 더 악화된다.

다음으로는 추위와 탈진으로 인한 동사이다. 예전 국망봉 일가족 사고에서처럼 극심한 체력소모는 탈진을 불러오고 추위를 이기지 못하여 동사하는 것이다. 탈진한 상태에서는 저체온증에 걸리기도 쉽다. 저체온증은 탈진뿐 아니라 기상악화에 따른 준비부족으로 체열을 빼앗겨 발생하기도 한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저체온증 산행사고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저체온증은 주변의 다른 사람이 발견하기 어려워 그 증상을 알아챘을때는 이미 위험한 상황 일 수 있다. 젖은 옷을 입고 산행할 경우 마른옷에 비해 20배 정도 빠르게 몸의 열을 빼앗아 가며 한기를 느끼고 1시간 정도에 허탈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태로 2시간 정도 추위에 노출된다면 목숨을 잃게 된다.

그 다음은 등산로 상태의 악화이다. 등산로에 눈이 녹아 얼음이 형성되어 위험을 초래하거나 산사면에 쌓인 눈으로 인해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눈사태는 급경사 보다는 완경사에서 발생하며 협곡이나 산사태 지역에서 위험하다. 특히 눈이 굳은 사면위로 다시 많은 눈이 쌓였을때 발생하기 쉽다. 기존에 산사태가 있었던 곳에서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2. 안전하게 겨울산을 즐기려면

산꾼들의 산행기나 사진속에서 유혹하는 하얀 겨울산을 즐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나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가. 용기란 자신감이니 보다 철저한 계획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우선 안전한 겨울산을 즐기기 위해서는 잘 아는 등산로를 택하는게 좋다. 그렇지 않다면 등산로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게 최선이다. 특히 겨울 산행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눈은 평소 뚜렷한 이정표 조차 덮어 버릴 수 있다.

다음으로 철저한 산행준비가 필요하다. 당일 산행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산아래에서 산위의 날씨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기본적인 장비(윈드자켓과 여분의 양말, 장갑, 모자, 아이젠과 스패츠 등)는 늘 준비하는게 필요하다. 또한 무리하지 않은 산행일정을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기상변화나 가벼운 사고 등으로 산행이 지연될 수 있음을 상기하자. 나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듯이 물러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게 겨울산행이다. 등산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인지하여 비상시 탈출로에 대한 염두도 필요할 수 있다.

다음으로 넉넉한 행동식(비상식량)의 준비이다. 겨울엔 추위와 등산로 상태의 악화로 체력소모가 많다. 또한 날씨의 악화 등으로 인해 식사를 할 수 없는 여건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허기진 상태로 산행을 강행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허기진 산행은 탈진이나 저체온증을 불러온다. 따뜻한 차(꿀차나 커피 등)를 준비하는 것도 여러모로 유용하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이다. 많은 눈을 헤치고 미끄러운 등산로를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 산행을 나선 것인가. 극기훈련이 아니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악천후나 사고를 당하더라도 조급한 마음은 판단을 흐리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산행에서 여분의 장비가 도움이 되듯 여분의 체력은 산행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이렇듯 즐거운 마음으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산행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