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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등산객의 구분 - 산꾼과 유산객

by 한상철 2007. 1. 15.

등산하는 사람들을 여러가지로 호칭할 수 있으나 사람들은 행락객과 등산객으로 분리하여 행락객을 유산객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분으로 등산객을 분리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우리사회의 등산문화에 예전 군사독재시절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향락문화가 자연스럽게 침투한데 있다고 봅니다.

제가 등산이란 형식으로 산에 드나들게 된게 80년대 중반이지만 그때만해도 산에가면 계곡에서의 행락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술마시고 춤추고 가관이었죠. 지리산은 그나마 함태식님 등의 노력으로 올바른 등산문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있던 시절이었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사실 지리산에 호텔급 산장이 들어서고 수많은 유산객들이 드나들게 된데에는 당시의 산악인들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등산문화는 당시 사회의 향락문화를 그대로 계승했기에 개발을 위주로 정책을 추진하는 관리공단에 아무런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산허리가 잘리고 산정상까지 케이블카가 놓이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정도죠.

최근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전국의 등산로를 정비한다는 산림청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한국의 산행에 맞는 등산문화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모든 산들이 오늘날의 지리산처럼 넘쳐나는 유산객들로 몸살을 앓게되어 등산은 자연파괴의 원흉이 될 것입니다.

잠시 등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산을 오르는 행위를 등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산에 든다면 그에 따른 목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현실에서 산에 드는 동기는 다양할 것입니다. 우선 삶의 근거로 약초를 캐고 나물을 뜯기 위해, 또는 신앙적인 목적으로, 혹은 식물이나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하여, 어떤 이는 군사적인 훈련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유람을 통해 관광을 목적으로 오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등산은 어떤 목적을 갖을까요. 거기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겁니다. 건강을 위해 오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스포츠로서 속도와 난이도에 도전하는 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능선에 올라 주변경관을 관광하기 위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서구의 알피니즘이 “알프스와 그 정도 이상의 고소인 눈과 얼음의 세계에서 행하는 등반활동”으로 해석되기도 하니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등산활동 일반을 정의한다면 근본적인 취지는 달라지지 않을것이란게 저의 생각입니다. 등산이란 산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그 속에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등산인과 산악인의 칭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산악인이란 호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내심 어떤 전문성을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등산인을 호사스레 치장하는 칭호로 산악인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산악인이란 어떠한 등산활동을 하는가로 구분하기 보다는 등산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재미의 배가와 좀더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는것처럼 등산활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자유로운 등산활동을 위해 새로운 지식과 풍부한 체험을 체계화하고, 등산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할때 우리는 등산인을 산악인이라 호칭하는데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사회에서 등산문화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중의 하나가 안내산악회의 성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산악회가 이러한 안내산악회와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산악회가 등산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지만 소속을 통해 편을 갈라 서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이기주의에 따른 경쟁의식을 부추기고 있어 그 폐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잘못된 등산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등산동호회를 만들면서 새로운 방식의 운영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지만 여러 번의 실패로 지금은 그저 자유로운 등산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올바른 모델을 찾지 못했으나 앞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등산문화를 개발하고 올바른 산행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는 모임이 인터넷을 통한 동호회를 통해 태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산악인이란 호칭을 호사스런 치장으로 걸치지 않는다면 등산활동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전히 행락문화와 구별되지 않고 있는 등산문화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도 산악인의 호칭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