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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등산

난, 꼭 살아 돌아간다

by 한상철 2008. 7. 23.

<난, 꼭 살아 돌아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판사 : 예지

지은이 : 조 심슨/정광식 옮김

영화 Touching the Void 원작





 

등산과 관련한 글쓰기를 하면서 책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위해 오래 전 읽은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꼭 살아 돌아간다>를 처음 소개하게 된 이유는 최근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서평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난, 꼭 살아 돌아간다>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잘 알려진 책이다. 처음 출판되었을때는 좋은 평을 듣기는 했지만 그리 크게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10년 뒤 존 크라카우어의 비극적인 에베레스트 등반기인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큰 돌풍을 일으키면서 더불어 알려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덕이다. 그렇다고 <난, 꼭 살아 돌아간다>가 <<희박한 공기 속으로>>의 후광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서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 보다 많은 판매량을 보이기도 했다.

 

<난, 꼭 살아 돌아간다>는 영국의 산악인 조 심슨이 페루 안데스산맥의 준봉 시울라 그란데 서벽을 초등하면서 죽음 직전까지 가는 처절한 경험을 쓴 책이다. 1985년 사이먼 예이츠와 단둘이 서벽을 초등하고 하산 도중 심한 다리 골절 부상을 입은 채 크레바스에 매달려 함께 추락하게 될 상황에서 사이먼이 자일을 끊는다. 사이먼은 조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혼자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고 크레바스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조 심슨은 3일 동안 기어서 혼자 힘으로 베이스캠프로 귀환한다.

 

실제 경험담이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소설 같은 이야기다. 책을 잡으면 단숨에 읽어 갈 만큼 독자를 사로잡는다. 부러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쪽 다리를 끌면서 기어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조의 고통은 고스란히 독자에게도 전해진다.

 

고산등반의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두 사람의 등반이 무모해 보이지만 책 서두에 인용한 글로 이해를 한다. 사람은 모두 꿈을 꾼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밤에, 마음속 깊숙이 먼지로 뒤덮인 구석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은 낮에 깨어나면 그것은 헛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낮의 몽상가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눈을 뜨고 꿈을 행동에 옮겨 실현해 내기 때문이다.

 

얼음벽에서 추락하여 다리가 부러진 조를 구조하던 자일파티 사이먼이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자일을 끊는 상황은 제 삼자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도덕적 논쟁이 되기도 했던 문제다. 책을 덮고 나로선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어떠한 단정도 내리지 못했다.

 

조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는 나로선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다. 제 삼자인 작가가 쓴 글이 아니고 본인이 직접 경험을 풀어내고 있어 흡입력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조가 절망감에 몸부림치며 통곡할때는 눈시울이 뭉클해진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사고 이후 조 심슨이 작가로 강사로 재능을 발휘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난, 꼭 살아 돌아간다>는 매끄러운 문체로 한편의 잘 짜여진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