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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등산

소설 빙벽을 다시 읽고

by 한상철 2009. 2. 24.





출판사 : 마운틴북스

지은이 : 이노우에 야스시/ 김석희 옮김









 

빙벽은 오랫동안 산꾼들에게 읽혀온 소설이다.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1957년 작품이다. 소설이다보니 극한의 상황을 겪은 산악인의 손끝으로 흉내낼 수 없는 중량감은 없다. 대신 추리소설적인 흥미와 잘 짜여진 관계설정 등으로 지루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 번역되어 읽혀온 소설인데 최근 마운틴북스에서 새롭게 출판하였다. 새롭게 출판하면서 내용도 다듬어 진듯 한결 읽기 편하다. 두께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번 펴들면 쉽게 접게되지 않으니 금새 읽을 수 있다.

 

소설 빙벽은 당시 등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사건에서 소재를 얻어 모험 가득한 산사나이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친구의 산악사고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회적 물의에서 흔들리지 않는 산사나이의 매력, 그 속에서 엿보이는 우정과 애정의 얽힘은 읽는 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대충의 내용은 젊은 두 산악인 오우즈와 고사카가 마에호타카의 동벽을 겨울철에 최초로 오르는 등반에서 시작한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등반은 막바지에서 고사카의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이때 처음 사용한 나일론 자일이 맥없이 끊어진다. 끊어진 자일로 인해 추락사고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연관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증폭된다.

 

나일론 자일에 대한 실험으로 정상적인 상태에서  끊어질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와 오우즈는 더 궁지에 몰리게 되지만 기죽지 않는다. 하지만 고사카 가족 주변에서 조차 오우즈에 대해 불신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괴로워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사람의 우정뿐 아니라 미나코라는 유부녀와 고사카의 동생 가오루와 애정관계가 얽혀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결국 오우즈 마저 같은 산에서 낙석에 의한 산악사고로 끝을 맺는다.

 

고사카의 사고에서도 오우즈의 사고에서도 자살이라는 논쟁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마도 소설적인 특징일 것이다. 극한 상황을 풀어가는 사실적인 이야기라면 이러한 여운은 상상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더 많은 독자확보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등산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산악인들의 수기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욕구를 다루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북알프스를 한번 다녀왔다고 나오는 지명이 익숙해 새로운 느낌이다. 물론 나로선 북알프스를 등반이 아닌 트레킹으로 편하게 다녀왔으니 생동감은 없다.

 

최근엔 등산과 관련한 소설 두 권을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빙벽과 촐라체가 그렇다. 두 권 모두 읽어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촐라체는 나중에 다른 지면으로 이야기 해야겠다.

 

시대적인 거리가 제법 되는 작품이지만 여전히 감동을 전하는데 무리가 없는 만큼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