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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장비 이야기

좋은 침낭과 침낭 잘 쓰는 법

by 한상철 2011. 1. 25.

요즘 동계야영을 하는 사람들의 침낭은 기본이 다운(거위털)함량 1500그램이다. 원단까지 합하면 가볍다고 해도 2kg 내외다. 이런 풍조는 잘못된 야영문화에서 비롯된 듯싶다. 아니면 가격을 저렴하게 맞추느라 대충 만들어 겨울을 버틸 정도의 다운함량이 그 정도가 아닐까.

 

야영(혹은 비박)을 하는 모임은 대부분 산이나 혹은 근처에서 잠을 자는 게 목적이다. 그러다보니 되도록 접근이 가까운 야영지를 찾게 되고 반대로 배낭은 무거워진다. 그러다보니 침낭도 자연스레 부피가 있는 1500그램이 일반화 되지 않았을까. 1500그램 정도면 웬만한 대형배낭이 아니면 밟아 넣기도 버겁다.

 

두번째 이유는 국산 침낭의 필파워는 믿을 수 없다. 그저 다운비율(깃털과 솜털)을 맞춰 적당히 채워넣는 수준이다. 대신 무게를 줄이려면 원단은 제대로 써야 한다. 필파워는 다운비율로 맞춰지는 것만은 아니다. 다운 1300그램 침낭이 얇다고 200그램을 충전하여 1500그램 침낭을 만든다면 필파워가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거위털의 품질도 문제가 된다. 같은 거위털이라고 해도 추운 지방의 거위털이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침낭을 비교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침낭속에 다운함량이 얼마인가를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침낭의 사이즈와 사용되는 거위털의 품질도 중요하다. 같은 다운함량을 가진 큰 사이즈의 침낭은 그보다 작은 사이즈의 침낭보다 덜 따스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훨씬 좋은 품질의 더 가벼운 다운을 사용한 침낭은 품질이 떨어지고 더 무거운 다운을 사용한 침낭보다 따스할 것이다.

 

사실 적당한 비율의 다운으로 대충 만든 침낭이라고 해도 1500그램 정도면 극한온도가 영하 30도 정도는 된다. 물론 극한온도란 얼어 죽지 않을 정도를 이야기 한다. 적정온도는 영하 15도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 동계기온(높은산의 경우)이 영하 20도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느끼는 기온은 체감온도다. 얼마전 대청봉의 기온이 영하 27도 정도로 떨어져 체감온도가 영하 50도를 넘어선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정도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는 일년에 한 두 번이다. 또한 체감온도는 바람에 의해 떨어지는데 바람을 피한 야영지에서 텐트 등을 사용하면 체감온도는 정상 기온에 가까워진다.

 

물론 겨울철 눈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려고 좋은 침낭을 구매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박을 하는 경우라고 해도 침낭커버나 비비색을 사용하는게 올바른 요령이므로 이 또한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야영을 하다보면 다운함량 1500그램 침낭을 덮고도 춥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추운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침낭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여 춥게 느낀다고 생각한다. 먼저 매트리스의 문제로 바닥의 한기를 충분히 막지 못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침낭의 사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경우도 그렇다.

 

침낭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침낭의 지퍼를 잠그는 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운침낭은 저절로 열을 발생하여 보온을 하는 게 아니다. 체온을 이용하여 다운 사이의 공간에 따뜻한 공기를 품어 순환시킴으로써 외부의 한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니 잘 덮여진 공기를 제대로 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침낭은 목(어깨)부위에 찬 공기가 스며들지 못하도록 조이는 끈이 있다. 또한 후드를 쓰고 얼굴로 찬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이도록 끈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지퍼만 잠근 상태에서 춥다고 침낭 속으로 머리를 넣게 되면 호흡을 통해 나온 수증기가 침낭을 적셔서 침낭의 보온기능을 떨어트린다. 그래서 후드의 끈을 조일때도 입과 코는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침낭커버도 후드를 조이는 끈이 설치되어 있다. 좋은 침낭은 취약한 발 부위와 목부위, 후드 부위를 다른 부분 보다 다운함량을 높여 보온을 강화하고 있다.

 

다운은 보온력이 좋지만 물에 젖으면 전혀 보온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날씨가 궂은 여름철에는 다운침낭 보다는 화학솜이 좋을 수 있다. 화학솜은 젖어도 어느정도 보온기능을 한다. 물론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아직은 화학솜이 다운만큼 부피가 적고 뛰어난 보온력을 갖지는 못한다.

 

이렇듯 침낭 안으로 찬 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잘 사용한다면 좀더 가벼운 침낭으로도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정 미덥지 못하다면 침낭 안에 발 밑으로 뜨거운 물을 넣은 날진 물병을 수건에 싸서 넣거나 핫팩을 넣어 따뜻한 공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텐트에서 자더라도 결빙현상이 발생하므로 침낭커버를 함께 사용하는게 좋다. 아주 추울 경우 텐트에 침낭을 미리 펴놓을때 핫팩을 넣어 두면 들어갈 때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

 

텐트를 사용하는 동계야영이라면 잘 만들어 필파워가 좋은 침낭은 다운 900그램 정도면 충분하고, 대충(?) 만든 침낭도 다운 1200그램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아주 혹한만 아니라면 다운이 더 적은 침낭도 가능하다고 본다. 침낭이 얇다고 무거운 침낭을 살 생각보다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침낭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라.

 

야영지가 가까워 배낭이 무거워 졌다면 배낭이 가벼워지는 만큼 산행의 부담이 훨씬 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