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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장비 이야기

등산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

by 한상철 2011. 9. 6.

 

1) 비브람창은 미끄럽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생각하는 것이 비브람창은 미끄럽다는 것입니다. 비브람창은 1930년 중반부터 등산화에 사용된 밑창으로 이전의 가죽창에 쇠징을 박거나 마닐라삼을 덧댄 등산화를 대신하여 적당한 경도와 마찰력을 갖춘 고무창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등산화를 비브람으로 혼동하기까지 이릅니다.

 

등산화의 발달은 비브람창의 변화도 수반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비브람창의 종류도 다양하여 설상화부터 암벽화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여전히 비브람창은 미끄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유의 저변엔 중등산화=비브람창이란 잘못된 생각과 릿지화(어프로치화)가 보편화 되면서 상대적인 비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이젠 비브람창은 미끄럽다는 생각을 바꿔서 자신의 등산화에 어떤 비브람창이 사용되는지 확인해 보는게 필요합니다. 비브람창도 경질과 연질의 제품이 있어 연질의 비브람창은 암벽화로 쓰이고 있으며 실제로 바위꾼들에게 비브람창 암벽화는 최고의 접지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연질의 비브람창으로 알려지고 있는 종류는 비브람 Foura와 비브람 Mulaz가 대표적입니다.

 

2) 릿지창은 물 묻은 바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실제 바위에 물이 묻었다고 미끄럽지는 않습니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물바위라고 하여 비올 때 바위를 한다고 특별히 더 미끄러운건 아닙니다. 실제로 발 보다는 손이 더 미끄럽기는 합니다. 물기가 있어 미끄러운건 바위 표면의 이끼 등이 젖어 미끄러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끄러움은 릿지창도 기능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틸고무의 릿지창은 바위와 마찰력으로 미끄러짐을 제어하는 것인데 중간에 이물질이 형성되면 기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이끼(혹은 물때)가 많은 계곡의 바위는 릿지창도 미끄러지는건 마찬가지입니다.

 

미끌림에 릿지창이 만병통치는 아닙니다. 실제로 계곡산행에서 릿지창 등산화를 신고 산행하는 사람보다 경질의 비브람창을 신고 산행하는 사람이 더 잘 걷는 경우도 많습니다. 걷기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암벽화를 신은 사람이 바위를 잘 하는 건 아니듯이 트레킹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릿지창은 초보자에게 바위에서 자신감을 줄 수는 있으나 보다 중요한 요소는 등산하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위에서 발 디딤을 잘 이용하여 걷는 것도 암벽등반의 홀드를 잘 이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3) 경등산화가 발이 편하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듣는 말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중등산화는 내구성이나 발목보호 등의 이유로 익숙하지 않으면 어색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또한 무게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산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그런 기능을 갖춘 등산화를 좋은 등산화라고 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등산은 포장된 도로를 걷는 것과 달리 울퉁불퉁 돌 투성이로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바닥창이 얇다면 금새 발바닥에서 불이 납니다. 또한 배낭무게가 있을 경우 하중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해야 무릎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사가 있는 흙길에서 안정적인 제동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게되니 전체적으로 투박하고 무게도 많이 나가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경등산화는 몇 가지 기능을 특화하여 경량화한 제품이니 처음 신을 경우 가볍고 발에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산은 장시간 걷는 운동이므로 순간의 편함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중등산화의 경우 어느정도 발이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죠.

 

중등산화도 개인의 산행방식에 따라 준비하는게 필요하지만 경등산화는 일부 기능을 특화하여 제작하다보니 그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 용도에 따라 기능의 차이도 천차만별인 셈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산행방식에 맞춰 구입하는게 중요합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1~2시간 산행을 하지는 않습니다. 당일 산행이라고 해도 최소 5~6시간은 산행을 하게 되는데 이때 발이 편한 것을 이야기 한다면 중등산화가 훨씬 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무게와 용도의 선택에서 중등산화보다는 경등산화가 선택이 훨씬 폭이 넓다는 것입니다.

 

개인에 따라 중등산화를 경등산화처럼 이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안전장비 등의 문제로 배낭무게가 무겁다보니 중등산화 중에서 그나마 무게가 가벼운 제품을 당일산행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4) 아이젠은 눈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이 문제는 새로운 논쟁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젠은 눈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아닙니다. 결빙상황에서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실제로 산행을 하다보면 눈만 만나면 아이젠을 착용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또한 산행대장을 하는 사람들도 아이젠 착용을 권장합니다.

 

눈길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은 아이젠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도 있으나 아이젠을 착용하므로 비싸게 구입한 등산화가 갖는 기능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아이젠을 사용하지만 결빙상황에서 아이젠을 사용할 경우 무릎에 대한 피로감이 훨씬 늘어남을 느낍니다.

 

눈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겨울에 신는 중등산화는 방수와 보온력이 좋고, 무엇보다 설상에서 제동력을 갖춘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르게 됩니다. 이러한 선택으로 아이젠 없이 겨울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눈길에서 걷는 것도 바위를 걷는 것처럼 안정적인 자세와 발을 딛는 요령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