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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장비 이야기

릿지창의 종류와 특성

by 한상철 2011. 9. 16.

릿지란 원래 설릉이든 암릉이든 산의 능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릿지등반이란 개념은 암릉이 많은 우리만의 등산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선 등반시작점까지 도달하는 개념의 어프로치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암릉등반 역시 일부 산꾼들의 등반방식이었으나 등산화(릿지화)가 발달하고 등산경험이 많아지면서 대중적인 산행방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그로 인한 산행사고도 훨씬 많아진게 현실입니다.

 

어찌보면 잘못된 등산문화로 굳어진 셈입니다. 등반시 기술적인 문제로 생명의 위험까지 따른다면 당연히 암벽등반 장비를 이용하여 안전을 확보하고 진행해야 함에도 목숨을 담보로 그 자체의 스릴을 즐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암릉등반이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게 릿지화(어프로치화)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릿지화가 대중화 되면서 그 기능에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전문 릿지화부터 워킹 겸용의 릿지창을 사용한 등산화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순하게 릿지창을 사용하고 있다고 동일한 기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제품을 검토할 수는 없겠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는 제품 위주로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릿지창은 부틸고무 재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소부틸렌과 이소프렌을 혼합한 합성고무입니다. 자동차 타이어나 전선피복 등 다양한 공업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소재를 등산용도에 맞게 가공처리한 것입니다.

 

릿지창은 적당한 경도와 점력, 완충성이라는 상충되는 특성 사이에서 최적화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너무 딱딱하면 바위에서 제대로 마찰력을 갖을 수 없으며 반대로 너무 무르면 창이 너무 빨리 달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서로 상충되는 특징의 균형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릿지창이 스텔스(STEALTH)창입니다. 스텔스창도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으나 릿지창에 사용되는 제품은 S1이란 소재로 암벽화에 사용되는 C4창에 완충력을 더해 워킹에도 어느정도 견디도록 만든 것입니다. 스텔스창을 사용하는 브랜드로는 5.10이나 바스큐, CAVA 등이 대표적입니다. 스텔스창은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제품이지만 마모가 잘 되고 온도변화에 민감하여 겨울철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스텔스창을 개선하였다고 하는 트렉스(TRAX)창이 있습니다. 역시 부틸고무 계열이지만 기존의 스텔스창보다 마모도나 온도변화에 안정적이라 최근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입니다.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이벌브, 네파, 밀레 등입니다. 스텔스창보다는 다소 딱딱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산제품인 트랑고 T창이 있습니다. 역시 부틸고무 계열의 제품입니다. T4는 일반 등산화에 사용하여 접지력을 높인 제품이고 릿지창은 T5입니다. 전문 릿지창은 T6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트랑고는 릿지화보다는 암벽화 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있어 아직은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검증되어온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워킹 겸용으로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캠프라인의 릿지엣지창이 있습니다. 역시 부틸고무 계열입니다. 처음엔  워킹 겸용으로 출시되었으나 최근엔 다양한 모델로 전문 릿지화까지 폭넓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문 릿지화로서 보다는 워킹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트랙스타나 K2 등에서도 나름대로 접지력을 향상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제품은 모두 부틸고무 계열의 릿지창입니다. 부틸고무는 마찰력은 좋으나 마모가 잘 되고 온도변화에 민감하여 겨울철엔 딱딱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트렉스창처럼 부틸고무의 단점을 보완하여 계속 개선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겨울철에 부틸고무 계열의 릿지화를 신고 암릉을 오르내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 보편화되지는 않았으나 비브람 계열의 릿지창도 있습니다. 연질의 비브람창은 온도변화에 관계없이 75% 정도로 일정한 경도를 유지하여 일관된 마찰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연질의 비브람은 릿지화보다는 암벽화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연질의 비브람을 사용하는 브랜드로는 유럽의 라스포티바나 스카르파 제품이 있습니다. 최근 사레와에서도 연질의 비브람 IDRO GRIP을 사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스텔스 릿지창도 S1창의 발가락 끝부분에 암벽화에 사용하는 C4를 덧대어 접지력을 높이고 있듯이 비브람창도 발가락 끝에 Mulaz와 같은 연질의 비브람을 덧대어 클라이밍존과 워킹존을 구분하여 접지력을 향상한 제품이 있습니다.

 

전문 릿지화는 발바닥으로 바위 표면의 작은 홀드를 느낄 수 있어야 하기에 보통 중창시스템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릿지화를 신고 워킹 산행을 한다면 충격흡수도 그렇지만 바닥의 요철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장시간 산행하는게 불가능합니다. 또한 워킹 겸용의 투박한 릿지화를 신고 미세한 돌기의 홀드를 이용하는 등반을 한다면 이 또한 위험한 등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용도에 맞게 제품을 선택하는게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산행을 하는게 중요합니다. 등산화가 바위에서 마찰력이 좋다고 기술적으로 위험한 등반이 가능한건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위험여부를 판단해야지 등산화로 위험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전문 릿지화는 암벽화처럼 발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등산화처럼 발목이 짧은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전문 릿지화에도 미드컷 정도의 제품이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릿지등반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기존처럼 목이 짧은게 유리하다는 사람과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제품이 좋다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