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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등산을 위하여

산행대장의 역할에 대하여.

by 한상철 2012. 3. 7.

날이 풀리고 봄소식이 들려오면서 산행모임도 활발해 질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산행방식이나 문화가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대형 안내산악회 등을 이용하는 등산객들보다는 소규모의 친목모임 등을 이용하여 산행을 하는 분들이 훨씬 많아진게 달라진 풍경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산악회라고 하더라도 예전처럼 큰 모임보다는 친목성향의 작은모임이 많아졌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이 유행하면서 트레킹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둘레길 같은 트레킹이 성행하면서 등산인구가 분산될 것이라 예측이 많았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등산인구는 예전처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벼운 트레킹 인구가 늘면서 등산인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들어 특정 관광지(산행지)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겨울철이면 잘 알려진 눈꽃 산행지에 봄철이면 진달래, 철쭉관광지로 몰려다니는 경향은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등산인구가 늘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 풍경입니다. 총량적인 아웃도어 인구가 늘고 산행 역시 시즌에 맞춰 움직이는 관광이 되어가는 추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산은 특정 산꾼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접하고 가볍게 산행을 하면서 그에 따른 부산물로 산악사고도 많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사고도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최근의 산행사고를 분석해 보면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많습니다.

 

요즘 산악사고를 보면 등산과 관광의 경계가 애매해진 측면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른 관광 형식의 산행이 자연스레 좀더 험하고 어려운 산행지로 이동해 가는 경향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의 변화에는 모임의 리더로서 산행대장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산이 그만큼 친숙해졌다고는 하더라도 개인이 선뜻 다가서기는 아직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 이러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예전에 산악회 활동을 하던 분들로 자연스레 모임에서 산행을 주도하는 분들입니다.

 

옛말에 세 사람만 모이면 리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을 넘어서면 이미 집단으로 개별이해가 얽혀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겠죠. 모임이 소규모화 되고 친목성향으로 변하면서 산행대장의 역할도 희석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산행에서 산행대장이 갖는 역할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산행지를 선택하고 산행코스에 대한 숙지부터, 산행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여 대비해야 합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용단을 내려 모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동행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산악회에서 회원으로 따라 다니던 산길과 동행을 인솔하여 함께 하는 산길은 다릅니다. 등산로가 잘 정비된 국립공원 탐방로 같은 곳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험로에선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인솔의 경험이 없다면 길을 찾는 능력도 떨어지고 위험에 대한 판단도 경험이 없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친목모임의 경우 동행하는 사람들이 예전 산악회처럼 숙련되지 못하고 산행경험이 적은 사람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의 욕심이 둘레길을 걷다 보면 정상도 가보고 싶고, 동네 뒷산처럼 가벼운 차림의 산행을 하다보면 철따라 이름난 명산도 가보고 싶은 거야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다보면 점차 이름없는 골짜기도 가보고 싶고 좀더 위험한 암릉도 올라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준비된 산악회와 달리 주변의 지인들을 따라 이러한 과정을 밟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저 산악회를 따라 한두번 다녀온 산길이라고 해도 자연환경은 수시(계절따라)로 변하고 위험정도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산행을 인솔하는 것은 더 많은 책임이 따르게 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책임진다는 것은 그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행과 그렇지 못한 산행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될 겁니다. 위험한 상황으로 동행하는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면 법적인 책임을 떠나 산꾼으로서 자질을 갖지 못한 겁니다.

 

예전엔 사전 답사란게 있었습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지금처럼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필요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제 스스로 산을 잘 알지 못했기에 답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 산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가보지 않은 산길도 다른 분들의 산행기만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산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산행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될 겁니다.

 

전 요즘도 아주 어렵고 난해한 산길은 답사를 가기도 합니다. 답사로 간다기 보다는 개인산행으로 먼저 다녀오는 셈이죠. 그런 산길은 나중에 좀더 산행경험이 많은 분들과 공유하게 될 겁니다.

 

등산과 관련한 글쓰기를 시작하고 최근 들어 마땅한 주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산행지를 소개하거나 특정 장비를 소개하기는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다니는 산행지를 소개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있을텐데 지금의 등산문화에선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일 겁니다. 등산장비 역시 저는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있어 고가장비는 사용하는게 별로 없는지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장비에 대해서는 아는게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등산모임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문제나 산행대장으로서의 역할과 관련하여 정리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