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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개발의 열풍은 케이블카를 타고

by 한상철 2009. 4. 17.

오랫동안 지자체 선거때 공약(空約)으로나 등장하던 국립공원내 케이블카 논쟁이 뜨겁다. 현 정권 들어 성장과 개발을 내세운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려 힘을 받고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어느 한곳이라도 추진된다면 도미노처럼 우후죽순 설치될 것이다.

 

관광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다. 지역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등산로 훼손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여 자연보호도 하고, 노약자나 장애인 같은 사회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속보이는 전시행정에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간단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자. 케이블카가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는 문제부터 살펴보자. 물론 케이블카가 산 정상까지 설치되면 힘들게 산행을 하지 않고 쉽게 정상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카나 곤돌라가 설치된 곳에 가보면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보는 걸로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도심에서조차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그러한 옹색한 주장을 들이미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관광객들이 늘어나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는 대부분 적자인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케이블카 사업자들은 주변에 다른 유흥시설을 확장하여 수익사업을 도모하게 된다. 결국 원주민들의 상권을 흡수하지 않고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게 케이블카의 현실이다. 수익사업을 위한 시/종점의 확대개발은 지역상권을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자원을 훼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럼 등산로의 훼손을 막아 자연보호에 기여한다는 이야기는 어떤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착지를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해야 한다. 또한 조망이 좋은 곳이어야 하다보니 정상이 종착지가 될 수밖에 없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만으로도 좁은 정상이 얼마나 황폐화 되는가. 그런 정상이 유원지가 되면 케이블카 종착지는 새로운 기점이 되어 주변의 자연자원을 훼손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산을 오르게 되면 산에 대한 자세도 등산객들과 다르고, 산에 대한 존엄성도 없이 대자연을 가볍게 여기게 되는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편의시설이 자연생태계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워야 할 자연공원을 경치만 보고 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켜 사람과 자연 사이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케이블카도 전기를 이용하여 운행한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물들은 전기에 민감하여 고압선이 지나가거나 하는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전기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면 심각한 문제다.

 

내 고향엔 74년도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 당시엔 몰랐으나 전기가 들어오고 1~2년 사이에 갑자기 동네개울에서 가재를 보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만나는 가재도 껍질을 갈때처럼 얇아져서 힘이 없었다. 연구를 한 것도 아니니 확신은 못하지만 나로서는 전기에 의한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전기줄에 이상이 있거나 너무 가까이 설치된 경우 소나 다른 짐승들은 지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길들여진 가축들까지 사람보다 훨씬 민감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케이블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자체의 정치적 이해와 개발업자들의 이해관계일 것이다. 간담회 등에서는 지방 공무원이나 지방의원들조차 케이블카가 대안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지역개발을 위한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기에 쉬운 길을 가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운하처럼 케이블카 역시 운영자체 보다는 케이블카 설치를 통한 주변 개발이익이 눈 먼 돈으로 보이는 것이다.

 

결국 이해 당사자들의 문제다. 케이블카 설치를 막는 것은 산을 좋아하고 자연환경을 보다 아끼는 사람들의 몫인 셈이다. 두 팔 끼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넘길 문제는 아니다.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설악산이며 월출산 등 모든 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것이 내일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