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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등산

희박한 공기 속으로

by 한상철 2011. 3. 23.





출판사 : 황금가지

저자 : 존 크라카우어 / 김훈 옮김





히말라야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등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다. 소설이 아니라 에베레스트 등반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1996년 봄 에베레스트에서 발생한 상업등반대의 대형 산악사고와 관련한 기록이다. 저자는 당시 확산되어가던 에베레스트 상업화 풍조와 그에 따른 논란에 관한 글을 쓰고자 직접 영리적인 목적의 상업등반대에 합류하여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등반 중 정상 부근에서 폭풍과 폭설을 만나 조난하여 12명의 남녀가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면밀하고도 정직한 기록이다. 나아가 단순히 1996년 봄 시즌 상업등반대의 조난기만이 아니라 에베레스트 등반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욕망과 격정을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허영호씨의 평으로 책 소개를 대신한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너무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모든 상황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독자들은 위험과 욕망을 한데 안은 산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있게 될 것이다.”

 

저자 자신도 처음 제안 받을 때는 정상에 오르지 않고 베이스캠프에서 기사를 보내주는 정도를 기대했으나 제안을 받는 순간 강렬한 갈망에 휩싸여 본인이 직접 정상에 오르기 위해 1년 정도 몸을 만들어 상업등반대에 합류하게 된다.

 

그 끔찍한 사고가 베스트 셀러가 되어 팔리고도 에베레스트는 여전히 상업등반대에 의해 신비로운 여신의 면모를 잃고 시즌때면 시장통으로 변한지 오래다.

 

에베레스트의 찬란한 모험을 꿈꾸지 않는 나로서는 상업등반대라는 문제에 관심이 간다. 산소통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오르기도 어려운 에베레스트를 몇 명의 가이드가 데려다 줄 거라고 믿고 거액을 갖다 바치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는 것이다.

 

등산모임을 운영하는 나로서는 산행지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산행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늘 접한다. 늘상 산행에 대해 공유하려는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어디를 어떻게 가는지, 산행을 마치고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

 

산행대장이 등산에서 만나는 위험을 줄여 줄 수는 있으나 걷는 것은 본인의 두 다리다. 스스로 산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산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초보자가 산행을 극기훈련으로 체험하지 않는 요령이다.

 

산행경험이 다양한 수많은 사람들을 인솔하여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하기란 수월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가이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함께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결정적인 선택에서 본연의 목적과 달리 외부의 조건(경쟁의식, 명예욕 등)에 연연한다면 잘못된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

 

에베레스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도 수많은 안내산악회가 등산의 일반적인 유형이다. 함께하는 산행문화에 대해서 좀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