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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등산

정상에서

by 한상철 2012. 12. 5.

 

 

 

 

 

 

 

 

 

 

 

 

출판사 : 문학세계사

저자 : 라인홀트 메스너/ 선근혜 옮김

 

 

 

 

 

부제가 편견과 한계를 넘어 정상에 선 여성 산악인들이다. 라인홀트 메스너의 최근 작품으로 여성 산악인들 간에 벌어진 ‘14좌 프로젝트를 계기로 쓰여진 글인 듯싶다. 때문에 여성으로 히말라야 8000미터 14좌를 최초 완등한 오은선씨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편이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책을 쓰게된 계기를 독일 일간지 《아벤트차이퉁Abendzeitung》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2009년 두 명의 한국 여성 산악인이 낭가파르바트로 돌진해 올라갔고 그 중 한 명(고미영)이 하산하는 길에 실족하여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어요. 이 불운한 사고를 보면서 몇몇 여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8,000미터급 14좌 완등을 이루어내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1986년 남성 산악인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부제가 이야기 하듯이 이 책은 한동안 남성들의 세계로 인식되던 고산등반에서 최근 여성등반가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남성)등반가들의 시기와 질투에 대한 현실을 비틀고 있다.

 

등산은 ‘남자와 여자’로 나눌 것이 아니다. ‘등산’이란 높이 오르고 다시 건강한 몸으로 내려온다는 뜻이다. 산을 오르는 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상관없다. 그건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 엘리자베스 홀리

 

등산을 거의 일상처럼 하고 있는 나 또한 고산등반엔 관심이 많지 않다보니 짧은 여성등반의 역사에 이처럼 위대한 활동이 있어 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 동안 고산등반이나 암벽등반에서 여성들이 뒤쳐진 이유는 여성들의 나약함이 아니라 순전히 남녀 불평등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성 등반가들의 성공에 대한 남성들의 시기와 질투를 대표하고 있는 여성 등반가가 오은선씨다. 14좌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하던 여성 등반가들 간의 시기와 질투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부채질하는 남성 등반가들의 반응은 저자의 표현으로 평지의 사람인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성 최초로 14좌 등반을 성공한 오은선씨에게 쏟아졌던 국내의 수많은 논란도 이러한 문제의 연장이었다면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각지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며 자신만의 고봉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심정을 평지의 사람인 나로서는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고산 등반가들의 처절한 고통과 고민의 현장을 조금이나마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등산을 하는 평지의 사람들도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