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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보는 세상

산행사고로 골절치료를 받으며

by 한상철 2013. 10. 2.

처음으로 산행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바위에서 추락하여 왼쪽 골반에 금이 가고 오른쪽 정강이뼈(경골)가 골절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처음 사고를 당하여 재활운동을 어떻게 할지 몰라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없어 제 재활 이야기를 써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벌써 매주 주말마다 산행을 하기 시작한게 15년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등산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사고를 당한 적은 없었고, 암벽등반을 하다 추락하여 타박상을 입거나 발목을 다친게 전부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들보다 험하게 산행을 하면서도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6월 말에 두타산 베틀봉 산행 초입의 짧은 암릉 구간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고 하다 잡고 있던 나무가 뽑히면서 3미터 정도 바위로 추락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았죠. 떨어진 곳은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떨어진 위치가 조금만 잘못 되었더라도 머리를 다치거나 척추를 다칠 위험이 높았습니다. 다행히 떨어진 바위표면에 낙엽이 덮여 위치도 좋았고 자세도 안정되게 떨어져 왼쪽 골반에 실금이 가는 정도의 충격과, 2차 추락으로 인해 오른쪽 정강이뼈(경골) 골절의 부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고 당시엔 골반의 실금은 확인되지 않았고 오른쪽 경골 골절만 확인되었습니다. 처음엔 발가락도 움직이고 통증도 크지 않아 골절은 아닌 줄 알았는데 일어서보니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허공을 딛는 느낌이라 골절을 의심하여 방석을 대고 나뭇가지를 꺾어 부목을 하고 붕대를 감았습니다. 골절을 확인한 이상 혼자 힘으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여 119의 도움을 받기로 하여 결국은 헬기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하고 서울 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119를 기다리는 동안 왼쪽 골반 부상의 후유증으로 헬기에 옮겨질 때는 양쪽 모두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서울 병원에 도착하여 검사를 하니 정강이뼈는 경골과 비골로 나뉘는데 경골만 깨끗하게 단순골절(무릎과 복숭아뼈 중간부위)이라 뼈속에 철심을 넣고 아래위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때까지 골반의 실금은 확인하지 못하고 왼쪽 다리는 충격을 받아 그렇거니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기미가 없어 정밀검사를 하여 골반의 실금을 확인하였습니다. 골반의 실금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수술하고 바로 목발을 이용하여 걸으라고 하였는데 골반의 실금을 확인하고는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10주 진단을 받고 2주만에 퇴원하였습니다. 철심은 1년 정도 지나서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은 반깁스로 있다가 퇴원하면서 통깁스를 하였습니다. 왼쪽 골반을 다친 것 때문에 움직일 수 없어 통깁스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병원에서 2주 입원하고 퇴원하여 2주 동안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침대신세를 졌습니다. 퇴원하고 2주 후 사고 나고 한달만에 외래검진에서 깁스를 풀었습니다. 이때까지 골반뼈도 유합되지 않았고 정강이뼈는 골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깁스를 푼 상태라 헬스자전거를 이용하여 재활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골반이 신경쓰여 움직이는게 불편하기는 했으나 헬스자전거를 이용해보니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 30분에 10km 정도로 헬스자전거 운동을 하였습니다. 온찜질 보다는 뜨거운 물에 족욕을 30분 정도씩 하여 다친 부위를 따뜻하게 유지하였습니다. 1차 외래검진을 받고 한달 후 2차 검진을 받기로 하였는데 그때까지 골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서 헬스자전거 외에 다른 운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한달 후 2차 외래검진을 하니 골반도 좋아지고 정강이뼈는 골진이 제법 많이 보여 안심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가까운 거리는 목발 없이 움직일 수 있으나 멀리는 양쪽 목발을 사용하라고 하였습니다. 2차 검진 후 자신감을 갖고 운동 강도를 높여 헬스자전거는 이틀에 한번 꼴로 1시간 정도(30분씩 두 번), 하루는 양쪽 목발을 짚고 걷는 훈련을 시작하였습니다. 걷기는 처음엔 1시간 정도로 시작하여 2시간으로 늘리고 현재는 3~4시간 정도씩 걷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목발 없이 걷는 시간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추석 전(915)에 한쪽 목발을 짚고 영광 불갑산 산행을 5시간 정도 다녀오고 추석연휴(920~21)를 이용하여 강릉 바우길 5구간과 12구간을 연결하여 남항진에서 주문진항까지 12일로 걸었습니다. 바우길엔 목발이 불편하여 지팡이를 이용하였습니다. 아직은 지팡이에 의지하는 힘이 커서 손바닥이 아프지만 골반은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바우길을 걷고 일주일 정도 걷기는 하지 않고 헬스자전거만 하루 1시간 정도씩 운동하였습니다.

 

추석연휴가 지나고 9월 말에 3차 검진을 받았습니다. 수술 받고 세 달이 되어 가는데 골반은 사진상 흔적만 보이는 정도로 아물고 골절부위도 골진이 정상적으로 보이고 뼈의 일부는 유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라 한달 정도면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검진은 두달 후에 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아라뱃길에서 목발없이 4시간 정도 걸어 보았는데 아직은 다리를 절고 속도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평지는 걸을 만 하였습니다.

 

이제 아라뱃길 걷기를 벗어나 계양산에서 걷는 연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계단을 내려서는게 제일 어려운 문제입니다. 본격적인 산행연습도 없이 개천절에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해보려고 하는데 무리가 되지 않을까 살짝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골절 재활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