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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등산

조선선비, 설악에 들다

by 한상철 2017. 1. 10.

 

출판사 : 문자향

저자 : 권혁진, 홍하일, 최병헌, 허남욱 편역

 

설악산은 뛰어난 산수미를 갖추고 있는 명산이다. 최남선(崔南善)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고 하면서 절세미인이 골짜기에 고이 숨어있는 산이라 평하였다.

 

이 책은 조선시대 선비의 설악산 산행과정을 적은 기행문인 유산기(遊山記)를 엮은 책이다. 산을 유람하면서 만나는 경치와, 자연에서 촉발된 느낌 등을 기록한 글이 유산기다.

 

유산기는 15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조선중기에 집중적으로 쓰여졌다고 하는데 설악산 유산기는 15세기 후반부터 창작되어 19세기까지 지어졌으나 집중적으로 쓰여진 시기는 17세기 후반으로 삼연 김창흡이 설악산에 거처를 마련한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지리산이 최치원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고 조식의 자취가 크게 남아 있다면, 설악산은 김시습의 흔적이 크게 자리하고 있고 김창흡의 거처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설악산이 전국에 널리 알려진 이유가 경치가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인물이 거처하였기 때문이었다. 절의를 지킨 인물로 존경 받았던 김시습이 설악산 오세암과 법수치리에 은거하면서 후대 사람들은 설악산에서 그의 자취를 찾았고, 벼슬을 거부하고 설악산에 은거한 김창흡을 추종한 후학들의 발길도 설악산으로 이어지면서 설악산은 전국적으로 더 알려지게 되었다.

 

선인들은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자산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명산이 된다는 것을 설악산을 통해 보여주었다.“

 

김창흡이 현재 장수대쪽 한계사 부근에 있다가 백담계곡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여행객들이 베이스캠프 삼아 내설악과 외설악을 넘나들며 산행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전의 유산기는 한계령과 미시령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여진다.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1,500편 정도의 유기 중에 134개의 유산기가 있다고 하였지만 대부분이 금강산, 지리산, 가야산, 청량산, 속리산, 삼각산 등 6개 산에 집중되고 설악산은 3편이 발굴되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지리산 유산기는 2000년부터 지리산 유람록으로 번역되어 2013년까지 6권으로 출판되었지만 설악산 유산기는 200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오면서 발굴이 본격화 되어 유산기로서 형식을 갖춘 40편이 2015년에야 조선선비 설악에 들다로 출판되었다.

 

이후 편역자 중 한명인 권혁진이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답사의 기록을 설악인문기행1’으로 내놓았다. 설악인문기행 1권으로 백담계곡을 따라 내설악의 자취를 답사한 기록이다. 이후 외설악의 답사 흔적도 곧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