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으로 읽는 등산

거칠부의 환상의길, 파키스탄 히말라야

by 한상철 2021. 8. 20.

거칠부의 환상의길,

             파키스탄 히말라야

 

이 책은 거칠부님의 세 번째 히말라야 이야기 입니다. 첫 번째는 네팔 히말라야 횡단기로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2018), 두 번째 책은 네팔 오지트레킹 여행기로 히말라야를 걷는 여자’(2020)가 있습니다.

 

작가인 거칠부님을 처음 만난 건 오래전 지리산 산행에서 입니다. 그 당시는 등산인구가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어 지리산과 관련한 등산모임만 해도 이백여 개가 넘던 시기입니다.

 

거칠부님은 늘 박배낭을 메고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고, 저 역시 박배낭을 메고 지리산을 가끔 드나들었는데 당시 운영하던 등산모임에서 탈퇴하고 공백기에 개인산행이 가능해지면서 매주 지리산을 찾아들다보니 비슷한 산행스타일의 거칠부님과 자연스레 지리산 인연이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함께 산행하던 분들이 새로운 지리산 전국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모임의 성격을 두고 서로 의견이 갈리면서 모임에서 나와서 거칠부님은 해외트레킹으로 눈을 돌려서 히말라야를 파고들고, 저는 새로운 등산모임을 만들어 산행대장노릇을 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을 다니면서도 거칠부님은 산행기를 많이 쓰는 편이었습니다. 매번 산행을 산행기로 정리하면서도 산행에서의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 산행기를 올리는 분들이 많았으나 대부분 자신의 산행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많아서 산행을 훨씬 많이 하는 사람으로선 정보를 얻는 정도 일뿐 공감할 수 있는 산행기는 많지 않았습니다.

 

래도 지리산을 다니는 사람들 중에 지리산을 자신의 내면으로 담아내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함께 산에 다니는 분들에게 산을 배우려면 지리산을 걸어보라고 합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는 2년에 걸쳐 100일 동안 파키스탄 히말라야에서 걸은 이야기 입니다. 저로선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험이 없으니 먼저 두 권의 네팔 히말라야와 파키스탄 히말라야가 어떻게 다른지 공감하긴 어렵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파키스탄 히말라야는 감히 궁극의 히말라야라 할 수 있다. 설산, 빙하, 푸른 초원, 야생화, 척박함을 두루 갖춘, 지구상에서 가장 극적이며 아름다운 곳이라고 합니다.

 

이전에 네팔 히말라야는 개인의 여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파키스탄 히말라야는 모두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 이다보니 여행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진 듯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전의 네팔 히말라야 이야기는 블로그 글쓰기처럼 느껴진 면도 없지 않은데 파키스탄 히말라야는 활자화된 여행기로 손색이 없습니다.

 

내 안에 없는 것은 상대방에게서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어쩌면 내가 미워하는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나처럼 욕심이 많고, 나처럼 질투가 많아서, 그게 고스란히 보여서 미워했던 게 아닐까. 미워하는 사람이 나의 거울이 되어 그 안의 나를 미워했던 게 아닐까.“

 

삶이 그렇듯 여행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행복, 괴로움, 슬픔, 미움, 질투가 공존한다. 삶이 장편소설이라면 여행은 단편소설이다. 압축적이면서 조금 더 매혹적이다. 그래서 여행은, 짧은 순간이나마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무의식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거칠부님의 히말라야 이야기를 읽고 쓰려고 했던 글을 이제야 적어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갇혀 있는 시간에 책을 통해 히말라야를 함께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습니다.